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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워홀 2주일차 (약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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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공항 작살나면서 오기전부터 비행기편 구하느라 스트레스 많이받았다.

어찌어찌 구한 비행기편 타고 오사카 오는 길에 옆자리 앉은 아저씨가

요즘 젊은이들 재미도 없는 이 나라 뭐하러 오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일본생활 15년차인 그 아저씨는 일본말 듣는것도 보는것도 싫다고 하셨다.

일본생활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심장병을 얻어서 한국에서 수술하고 돌아가는길이라고 하셨다.

일본에서는 한국과는 또 다르게 사람을 말려죽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싫으면서 무슨 이유로 10년넘게 그 나라에서 살고 계시나 싶었다.

출국장 들어가는 그 순간 웃으며 손흔들던 엄마가 참던 눈물을 터트리는 모습이 일본땅을 밟을때 까지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온 사방천지에서 일본에 가지마라고 날 막아세우는 느낌이었다.

이런 저런 불안감과 답답함들은 입주할 집으로 가는 길에 많이 잠잠해졌다.

여기저기 보이는 모든 글자들이, 사람들의 말소리가, 보이는 풍경들이, 내가 타국에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몇달 전 일본 여행할때의 그 설렘을 다시금 불러들였다.


이렇게 오기까지 1년을 준비했었다. 졸업을 앞두고 취준을 시작하려 할 때 우연히 일본기업설명회를 들었었다.

이거다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갖달콤한 말로 포장한거였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먼저 취업한 친구, 선배들의 직장생활을 듣고 '내가 취직하면 잘 버틸 수있을까' 라고 생각하던 때에 마침맞게 나타난 탈출구 같았다.

그렇게 나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일본취업을 준비했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회사에서 교육시켜준다, 일본은 구인난이다 라는 말들에 어떻게든 한국보다 낫겠다 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준비했다.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지 싶은 대기업의 자소서를 쓸때의 막막함이나 답답함은 일본기업을 준비할 땐 없었다.

역시 이쪽으로 방향을 틀길 잘했다 싶었다. 하지만 서너번의 면접을 보았고 딱 그만큼의 탈락을 맛봤다.

일본어를 못해도 된다는 여러 회사들의 이야기는 일본어를 못하면 영어를 하면된다는 이야기였던것 같았다.

'일본어만 되면 된다' 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면접봤던 회사의 탈락메일을 받고 급하게 워홀을 준비했었다.


준비하는 두어달 동안 동네방네 떠들어댔다. 일본어만 되면 되니 난 워홀을가서 일본어를 잘하게돼서 올거라고.

'너는 너 하고 싶은거 찾아서 하는게 멋있다' 라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씁쓸한 눈빛으로

하고 싶은말을 삼키며 '그래 잘됐다' 라고 했다. 어쩌면 정말 잘됐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걸 내가 괜한 자격지심으로 이상하게 받아들인건지도 모르겠다.


티비와 인터넷엔 일본으로 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했지만 내 주변엔 나밖에 없었다.

나쁘지 않은 대학에 공대를 나왔기에 주변친구들 모두 괜찮은 직장이거나 괜찮은 벌이, 아니면 그 둘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내가 가는길이 낯설게 느껴졌던걸지도 모르겠다. 

한번씩 그들을 만날때마다 나와 다른 세상으로 조금씩 멀어져가는구나 싶었다.

내가 알 수 없는 직장에서의 용어들을 얘기했고, 돈이없어 삼각김밥으로 하루를 떼우고 어쩌다 갖는 술자리에 칼같이 N분의1 계산을 하던 녀석은

10만원이 넘는 술자리를 보란듯이 계산을 했다. 

100원 조금 넘는 돈을 내손에 쥐어준 알바를 할때 이따금 친구가 자랑하듯 보여준 연봉계약서가 떠오르며 가슴을 아프게했다.

그럴때면 입사한지 2년도 채 되지않은 그 친구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이직을 준비한다는 사실로 위안삼았다.

나는 꼭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일을 할것이라고


오사카에 온지 2주밖에 안됐다. 정확하게는 12일 째다.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딱딱 될것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처음 올때 태풍때문에 비행기값이 두배넘게 뛰었고, 욕심내서 번화가 근처에 비싼 월세를 주고 구한 자취방은 그 값어치를 못하고 엄청난 부담으로만 

다가오고있다. 일본어를 못해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알바면접오라는게 채용됐다고 하는거라던 다른 워홀러들의 말이 무색하게 알바를 대차게 까이고 있다.

기대를 많이 했던만큼 별것아닌 일들에 실망이 너무 크고 자괴감이 들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일본 생활 한달 안에 적응 못하면 쭉 적응 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한달안에 적응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지금 죽이되든 밥이되든 

1년을 버텨보려한다. 잠이 오지 않는 쓸쓸한 밤 텅빈방에서 주저리주저리 써봤다.


 

9 Comments
DaPRbNOn 2018.09.25 01:15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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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ghLyr0 2018.09.25 01:25  
대단하시네요.. 요즘 안그래도 일본 기업 설명회도 많고 구인난이라고해서 저도 관심갖고 있었는데 힘든 현실이였네요.. 힘내시고 화이팅하시길 잘될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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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aM2muw 2018.09.25 01:30  
고생쓰.. 인생은 쓰고 희망은 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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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jnovRZ1 2018.09.25 01:53  
힘내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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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4e0yOrj 2018.09.25 01:56  
화이팅 간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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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zx570ad 2018.09.25 02:08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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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ULWFg4 2018.09.25 03:50  
글잘쓴다 응원할게 빛이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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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jITbJ2 2018.09.25 08:57  
나쁘지 않은 대학 공학전공자가 일본에 왜 워홀을 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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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Q9ldUrN 2018.09.25 12:58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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