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수 대학들의 근본에 대해 알아보자

역사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바로 이렇게 사소한 것을 한번 알아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쓰게 됐습니다.

특히 여기 나온 대학의 재학생들이면 더 관심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죄다 공부 깨나 해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들이라..).

참고로, 공식적으로 광복 이후 설립된 대학들(부산대등 대부분의 지거국등)은 그냥 뺏습니다. 너무 범위가 넓어져서요.

1. 서울대학교

서울대는 상당히 특이한 이력이 있는 학교입니다. 서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는 본인들의 개교년도를 1946년이라고 써놨습니다만 실상은 좀 다르죠. 광복 이후 경성대학(구 경성제국대학)에 더하여 서울 각지에 흩어져있던 교육기관들을 한데 뭉쳐서 서울대학교가 출범했거든요. 즉 엄밀히 말하면 1946년 이전에도 서울대는 존재하고 있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그렇기에 광복 이후 최초로 설립된 국립종합대학은 부산대로 보는 거구요. 실제로 각 대학 홈페이지에 가보면 자신들이 어느 교육기관의 후신인지 다 써놨습니다. 위의 표 역시 그걸 나타낸거구요. 사실 저렇게까지 복잡하게 근본을 따지는 이유는 서울대가 '경성제국대학의 후신'이라는 소리만큼은 안듣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고 대학이 일본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것은 자존심이 엄청 상하는 일이니까요. 어찌되었든 저 학과들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두 개의 과가 있습니다.

-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1895)

대한제국시기 법관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었던 '법관양성소'를 모태로 합니다. 사진은 법관양성소 출신 이준으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의 역사탭에도 들어가 있는 인물입니다.

- 사범대학 (1895)

2. 고려대학교

-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및 경영대학 (1905)

순수하게 한국인의 손에 설립된 정말 드문 근대식 사립 학교, 보성전문학교가 근원입니다.

이용익이 일본에서 돌아와 근대식 교육을 해보고자 만든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그 시작은 법률학 전문과와 이재학 전문과(오늘날 경영대 해당)였습니다. 이후 민족주의를 앞세워 일제시기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펼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으며 현대에도 '민족 고대'라는 표어 아래 끈끈하게 뭉쳐있는 대학입니다. 고려대학교라는 이름을 창립한 김성수 총장은 친일행적으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죠.

3. 연세대학교

- 의과대학 (1885)

서울대 의대에서 본인들이 광혜원을 잇는다고 주장하여 연대랑 엄청나게 싸웠었다는데, 솔직히 서울대의 억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4. 성균관대학교

- 유학대학 (1392)

 뭐 말이 필요할까요? 지금도 공자탄신일에 쉬는 유일한 학교입니다. 재학생들 말로는 유교를 좋든 싫든 접할 수 밖에 없다더군요. 그리고 제가 유학대학원이라고 하여 직장인들 대상으로 하는 야간 대학원도 운영중입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가보면 자란스런 성대인으로 퇴계 이황, 율곡이이, 다산 정약용등을 올려놨더군요. 참고로 초대 학장이자 총장인 김창숙 박사는 파리강화회의에 조선 독립 요구서를 제출했으며 임시정부의 요인으로 활약한 자랑스런 독립운동가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게 정말 성균관을 이은건가? 였는데 일제시대 성균관이 경학원으로 축소되고, 경학원 안에 명륜학교가 설치되고, 그게 명륜전문학교로 개교된 후 광복이 되어 성균관대로 이어졌다고 하니 충분히 인정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5. 한양대학교

- 공과대학 (1939)

한양대 공대하면 뭐 문과생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나있죠? 애초에 한국 최초의 사립 공과 전문대학인 '동아공과학원'으로 시작한 대학입니다. 특이하게도 설립자이자 초대 총장이기도 한 김연준 박사(박사 학위는 1960년이 되어서야 받았습니다)는 연희전문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한 분이고, 실제로도 유명한 음악가였다고 합니다. 다만 한국에 공학 인재들을 키워내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는군요. 또한 세종대 설립자와 연희 동문이기도 합니다.

위의 대학들과 비교하면 좀 역사가 짧긴 해도 나름 자랑스러운 수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김연준 박사는 친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이죠. 오히려 일제 탄압으로 인하여 한동안 문을 닫았어야했다니까요.

6. 중앙대학교

- 유아교육과 (1918)

정말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학교입니다. 한창 일제의 억압이 극심하던 1918년 우리 민족 나름대로의 초등교육을 시도하며 중앙 교회 안에 만들어진 중앙유치원으로 시작된 학교거든요. 이 유치원이 여차저차하다가 중앙보육학교로 승격되고, 일제의 탄압속에서 제대로 된 경영을 못하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 1세대이자 신여성으로 볼 수 있는 임영신씨가 이 학교를 맡아 잘 키워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임영신 총장은 3.1운동에 뛰어들기도 했으며, 관동대지진의 학살 장면을 미국에 전달했다는군요. 아무튼 상위권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학과입니다만 중앙대에서만큼은 결코 없앨 수 없는 과가 유아교육과겠네요.

7. 경희대학교

- ? (이유는 설명을 읽어보시길..)

 
정말 특이한 학교입니다.... 다른 학교들은 서로 본인들의 역사를 자랑하려고 안달인데 , 오히려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학교는 정작 본인들은 그것을 드러내지 않아요.

경희대학교의 연혁을 보면 1949년 신흥초급대학이 설립되었고, 이후 초대총장 조영식 박사가 학교를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써놨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경희대는 광복 이후에나 설립된 학교가 되는데요.

그러나 경희대의 전신인 신흥학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표본과도 같은 분이자 일생을 독립운동에 바쳤던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이시영씨(이회영의 동생입니다)가 광복후 신흥무관학교(1911년 설립되어 김원봉등 유수의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의 졸업생들 몇과 힘을 합쳐 그 뜻을 잇고자 설립한 학교입니다(당시 학교의 광고문에도 1911년 설립이라고 명시했다고 합니다). 졸업생들도 배출을 했었죠. 다만 6.25전쟁등을 거치며 경영이 어려워지자 조영식 박사에게 학교를 넘긴거구요.

즉 경희대는 신흥무관학교를 잇는 학교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나, 정작 학교차원에선 부정하고 있는 이상한 형국입니다. 실제로 2009년 설립 60주년 행사를 한 것을보면 앞으로도 인정할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도대체 왜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동문회 차원에서 계속 요구중이라고는 하는데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네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320682 요 기사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결국 현재의 경희대는 근본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로 처리했습니다.

8. 서울시립대학교

- 농업대학 (1918, 현재는 없음)

조선총독부 도지사(현재는 서울시가 보유중이죠)가 개교한 경성공립농업학교를 모태로 합니다. 광복 후 서울농업초급대학, 서울농업대학을 거쳐 산업대- 현재의 서울시립대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시립대를 농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또 7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의 대부분이 논밭이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서울에서 농업을 가르치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판단하에 1974년 농업대학을 전면 폐지하고 '서울산업대'로 이름을 바꾸는 한편 다양한 학과들을 신설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학과가 1950년부터 이어진 환경원예학과라고 합니다.

요즘 서울 시장 박원순씨가 서울시립대 남원캠퍼스를 만들어 의대와 농대를 배치시키겠다는 주장을 펼쳤었는데 실현된다면 시대는 본인들의 근본을 되찾는 셈이 되겠군요.

9. 건국대학교

- 의과대학 (1931, 현재는 X)

상허 유석창 박사가 1931년 설립한 중앙실비의료원을 모태로 합니다. 교내에도 상허기념관이라고 하여 유석창 박사가 썼던 의료기구들을 전시해놨다는군요. 의료분야에선 대단한 업적을 많이 남기신 분이라고 합니다.

이후 1946년 조선정치학관을 만들며 본격적인 대학의 시작을 알렸고, 나중에 건국대학교로 종합대학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별 특색이 없어보이는데, 정작 현재에 와서는 의대는 없고 수의과대학만 존재한다는 슬픈(?) 사실이 있어 넣어봤습니다.

10. 동국대학교

- 불교대학 (1906)

한민족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불교를 교육하고자 설립된 명진학교가 모태입니다. 이후 불교전문학교, 혜화학원등의 이름을 거쳤으며 일제시대에는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것 때문에 굉장한 탄압을 받기도 했죠. 만해 한용운 선생이 바로 이학교 출신입니다.

지금도 동국대의 총장은 승려입니다. 동국대 초대 총장인 권상로라는 자는 명백한 친일파라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기도 하죠. 이대의 김활란에 비하여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