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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하다 말고 등산하러 간 독일군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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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여름, 돈강을 넘어 카스피해 유전지대를 향해 미친듯이 내달리던 독일군은 마침내 드넓은 러시아 평원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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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새하얀 만년설이 내려앉은 코카서스 산맥이 있었다. 여길 넘어가면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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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산맥의 서쪽에는 옐브루스 산(Mt. Elbrus)이 혼자 우뚝 솟아있었다.

해발 5642m의 이 봉우리는 코카서스 최고봉으로, 유럽 최고봉인 몽블랑 산보다 높은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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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먹히는 형벌을 받은 곳이 바로 여기라는 설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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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은 산악지대에서의 전투를 염두 해두고 전문 산악부대인 게뷕스예거(gebirgsjäger)들을 잔뜩 보냈는데, 덕질의 나라 독일답게 얘네들도 등산덕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험준한 알프스를 오르락 내리락 하던 애들 눈 앞에 그 동네에서 제일 높다는 산이 눈 앞에 보이니, 온 몸이 근질거릴만도 했다.

 

마침 이 지역은 소련군의 저항도 거의 없는 평화로운 상태여서 제1산악사단의 지휘관 카를 후베르트 란츠(Karl Hubert Lanz)장군은 옐브루스 산 등정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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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해 8월 20일,  하인즈 그로스 (Heinz Groth) 대위가 지휘하는 게뷕스예거 등정대는 옐브루스 산 정상에 하켄크로이츠 깃발과 산악병의 상징인 에델바이스 깃발을 꽃아 놓고 왔다.


가는 김에 근처의 베이스캠프 산장도 점거했는데, 이곳에는 소련인 기상학자 부부가 있었지만 독일군은 딱히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일설에 의하면 소련군 1개 중대가 주둔해있었는데 바로 항복했다고 함.)

 

물론 독일이 그토록 원했던 바쿠 유전은 산맥 동쪽에 있었고, 이 산의 전술적 가치 자체는 전무했다. 독일군이 여길 오른 이유는 단순히 이 산이 가졌던 상징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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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소식이 선동의 본좌 괴벨스의 귀에 들어감

.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정복했다고? 괴벨스는 '이거야 말로 엄청난 장작이다'라고 외치며 오늘은 또 어떤 선동질을 해볼까 궁리를 하다가, 게뷕스예거 사단한테 통보를 넣었다.

 

 

'다시 가서 사진 좀 제대로 찍어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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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짓을 또 하라니, 참으로 군대다운 일처리 방법이었지만 게뷕스예거들은 별 말 안하고 다시 옐브루스 산을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하켄크로이츠를 들고 가서 지지대까지 가설하고 멋지게 인증사진도 찍고 왔다.

 

 

 

당연히 괴벨스는 이 사진을 가지고 '위대한 게르만 민족이 프로메테우스의 산맥을 정복했다!'고 선전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히틀러는 노발대발하며 '니위 내밑'을 시전, 책임자인 란츠 장군을 소환했다.

히틀러가 화낸 이유는 단 하나, '거기 소련군도, 전략적 목표물도 없는데 왜 올라갔냐'였다.



란츠 장군은 유명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의 명언'을 인용하여 "산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으나 이미 빡칠대로 빡친 총통 각하께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냐?며 수십분을 갈궈댔다

 

란츠 장군은 남자의 로망을 몰라주는 총통각하를 가슴 속으로 원망하며 묵묵히 갈굼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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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쨌든 점령은 했으니 독일군도 차마 철수는 못하겠고, 소수의 게뷕스예거들을 베이스캠프 산장에 주둔 시킴.

이 소식을 들은 스탈린은 당장 봉우리를 탈환하라고 했으나, 현지 주둔 소련군은 2선급 부대라서 훈련도가 민병대 수준이었다. 게뷕스예거들은 어설픈 소련군들의 탈환 시도를 간단하게 방어했다. 

 

그리고 전황은 더 북쪽의 스탈린그라드로 쏠리며 남부지역은 완전 아웃 오브 안중으로 전락했다.  해발 5천미터라서 보급이 어렵고 가끔씩 소련군이 찔러보는 거 빼면 나름 괜찮을 곳이었을 수도....?

  


이후 소련군이 천왕성 작전으로 독일군을 몰아내기 시작하자 게뷕스예거들도 마침내 철수하는 수 밖에 없었다. 게뷕스예거들은 나중에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꽃은 하켄크로이츠를 그대로 두고 왔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독일군이 다시 코카서스 산맥을 오를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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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켄크로이츠와 에델바이스 깃발은 1943년 2월이 되서야 전문 산악인들로 구성된 소련군 등정대가 올라가서 뽑아버렸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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