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 지나가다가 한 밴드 관한 이야기를 본 이야기 (부제 : 커뮤의 순효과)
1. 커뮤를 왜 할까
개집에 난 왜 계속 들어올까
가끔 댓글로 개집 여론과 다른 얘기를 하면 개같이 뚜들겨 맞으면서도 왜 남길까
애초에 사람이 모인 집단이 중립적일 수 없고 개집 또한 연령적으로, 어떤 지향점에 대한 것으로도 편향되어있고 그게 나랑 대부분이 반대에 있음에도
왜 계속 할까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점점 올라간다지
아이폰은 예전엔 청년들의 전유물이었는데 그들이 나이를 먹고 영포티에 가까워지면서 애플 점유율이 이상해진담서
그걸로 또 영포티들 조리돌림하고
나도 영포티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면서 커뮤에 자주 등장하는 글들에 반응을 하게 되는 걸까
그런 글들에는 정치얘기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들 하지만 꼰대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이길 수가 있겠음?
이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텐데
그래서 난 커뮤를 왜 들어올까
회사에서 한가할 때 시간 때우기 좋기도 하지
근데 아닐 때도 들어온다는 거지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선 어제 보고 온 한 일본 밴드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2. 엠봉시절인지 개집시절인지 가물가물한 2010년대 어느 날
이런저런 웃긴 글들이 커뮤니티라는 형식으로 집결되어 올라오고
그걸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고 읽고 넘어가고 하던 무료한 어떤 날이었다
게시글 제목부터 엄청 호들갑이던 글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애호가를 자처하는 나로썬 흥미롭게 읽을 '뻔'했다
내용이 너무 호들갑이라 그러지 못했지
그 밴드의 이름은 Sekai no owari
번역하면 '세상의 끝'인데
이 팀의 결성 계기부터 막 서사가 엄청나고 스토리가 기구하고 영화같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런 글이었다
근데 필력도 그렇게 막 좋았던 건 아니어서
'뭐 얼마나 대단한 팀이길래 이렇게 호들갑이야' 하는 생각으로,
또 뭐 팬이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면서 글을 쓰는 게 귀엽고 신기하기도 해서,
한번 들어봐야지 했다
3. 우연했던 영향력
그리고 그 팀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 2025년 9월 22일에까지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 팀의 음악이 절대적으로 모두에게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누구에게 그 사람에게 맞는 결의 음악이, 영화가, 책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난 그저 개집(인지 엠봉인지)에서 지나가다가 본 한 게시글에 있던 음악이 내 결과 맞았을 뿐이다
누군가가 아무 생각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고 우연히 나한테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이다
커뮤 이용자들의 나이도 들어가고
그러면서 고여가고
서로 상처나 입히고 혐오나 일삼고
고점이 아닌 저점만 나날이 갱신해간다고 해도
난 몇년전 그때 본 게시글이 참 고마웠고 또 그 글을 커뮤에서 봤기에 커뮤가 줄 수 있는 어떤 순효과에 대해,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나름의 믿음이 있다
개집에서도 그래서 꼰대소리를 들을지언정 나도 어떻게든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싶단 생각이 그래서 드는 것 같다
당연히 모두가 나같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나같았음 좋겠는 마음은 조금 있긴 하다
사람은 어떻게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아무 생각없이 오갈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커뮤니티라도 말이다
4. 공연 후기
이 팀이 2017년에 첫 단독 내한을 했을 때 가고, 오랜만에 어제 그들을 본 건데
노래나 연주는 별로 좋진 않았는데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대단해서인지 참 즐거웠다
옛날에 이들 음악으로 힘을 내던 시절도 생각나고
근데 또 놀랍게도 다음날이 되니 오늘도 열심히 살아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지금도 이들 음악이 나한테 힘을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모쪼록 개집 형들도 성악설로 체념하기보단 성선설을 기대하며
먼 미래로 좌절하지 말고 오늘의 즐거움을 누리며
현실주의에 너무 길들여지지 말고
영포티를 지나 100세를 맞이하더라도 이상과 꿈을 가지길 바래
5. 커뮤가 니 일기장이야?
ㅇ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