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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우리형에 대해 적어 볼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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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냥 아무생각 없이 개집글보다가 몇개가 좀 마음에 걸려서... 우리형이 생각나더라고 


의사 8년하고 느낀점.. 정신과약을 생각보다 많이먹는다 보통 위생관념부터 사라진다..


34살 무직백수 메이플하는형 이두개글 읽으니까 우리형이 떠오르더라고


나는 지금 29살이고 우리형은 31살 백수야 작년부터 올해까지 약2년가까지 백수야


우리 가족은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몸이 불편해지셨어 그래서 형이 어렸을때부터 일했다?


형이 새벽에 우유랑 신문배달하고 학교마치면 알바하고 방학기간에도 공사장다니면서 일하더라고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 부터 제작년까지 쭈-욱 일했어


그러면서 난 알바조금씩 하면서 공부했고 대학도 형이 보내줬고 이제 번듯한 직장도있어


난 그래서 우리형이 번아웃 같은게 온줄알았거든 제작년에 진짜 형 표정이... 뭐라 말하기 힘들정도로 지쳐서 툭 건들면 쓰러질것 같더라고


내가 그래서 형한테 이제좀 쉬어도된다고 좀쉬라고 했어 근데 형이 그냥 씨익 웃더니 괜찮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한 세달정도 뒤였나 형이 갑자기 술한잔 하자고 하더라고 우리형 술담배안하거든


한참을 그냥 조용히 서로 한잔두잔 마시다가 입을 열더라고 '요새...좀 힘들다 사는게'


난솔직히 직장도 생겼고... 이제 조금씩 편해진다고 느껴졌는데 형의 생각은 달랐나봐 그렇게 한두잔 더마시다가 형이 주저하면서 입을 열더라고


조금.... 조금만 쉬고싶은데 너한테 짐이 될것같아서 망설여진다 내가 쉬어도될까..? 엄마좀 잘챙겨달라면서 얘기를 하더라고


그 이후부터 우리형은 백수야 근데 난솔직히 우리형이 희생해서 내가 지금 이자리에 있는것 같거든 그래서 난 형이 평생 백수여도 상관없어


근데 형이 좀 걱정이된다 항상 웃던 형이 어느순간부터 얼굴조차 보기힘들다 방에서 나오질않아 밥도 잘안먹고..


대인기피인가 그런것 같기도해 사람을 약간피하는 느낌이야 다른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방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리거든


잘 씻지도 않아 처음에는 그냥 번아웃때문에 귀찮아서 게을러지고 그런것 같았는데 엄마가 좀씻어라! 라고 하면 멋쩍게 웃으면서 방으로들어가고


밤에 조용히 몰래 씻더라고 대인기피가 가족들도 좀.. 불편해지나?


아무튼 위에서 말했던 34살 메이플하는 무직백수랑 의사8년 얘기가 우리형이랑 곂쳐보이더라고... 우리형 괜찮을까??


막 생활비 끊고 자립하게 하려했더니 갑자기 자살햇다는 경우도있어서 좀 걱정이된다


어렸을때부터 힘들게 일하면서도 웃음을 잃지않던 형인데 이런 모습을 보니까 너무 걱정이된다 근데 섣부르게 뭔가 하기도 걱정이된다


평생 백수여도 되는데... 우리형이 다시 웃으면 좋겠어

Best Comment

BEST 1 47MkdaUs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스스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도, 싫은 것도, 일하는 것도, 먹는 거 자는 거 모두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서 되어야겠지요.
기쁘고 힘든 것도 나 스스로로부터 비롯되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형님께선 그런 삶을 살아오시지 못하고 있으신듯 해요.

이유는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겠지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본인이 없는 삶을 살아오고, 또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구요
이런 분들은 쉰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오셨고,
그러다보니 스스로의 욕망을 안 돌보게 되었고,
무의식속에서 억압된 내 자신이 2년전 형님을 공격하게 되었고,
하지만 여전히 형님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시는듯해요

밤에 몰래 씻는다, 에서 형님은 '내가 지금 뭘 잘한다고 가족들 다 있는데 씻고 하냐, 난 그럴 자격도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더 나아가 '난 씻을 자격도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쩌면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일 수도 있어요.
평생 가족을 위해 나를 안돌보고 일하다가 은퇴즈음되어서 본인을 마주하고 우울해하는, 그런 사례들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사실, 맨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선생님께서 형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하면서도 애잔한게,
동생분으로선 형님을 나아지게 할 수 없습니다.
형님 스스로여야 해요.
이번에도 타인에 의해 일어서게 되면 형님은 언젠간 다시 억압된 스스로가 고개를 들겠지요.

형님은 형님 스스로 마주보고, 그동안 외면해온 스스로와 먼저 화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게 지금 재밌는지, 내가 뭘 욕망하는지
그러면서 형님이 그동안 나 대신에 챙겨온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겠지요.
선생님께선 그런 형님에게 '그동안 수고했어, 너무 고마웠고. 이젠 내가 엄마랑 형을 챙길게, 이제는 형이 형 하고싶은 대로 살아'라고 한말씀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어머님과 선생님께서 형을 위해 해주실 수 있는 게 있다면 그저 묵묵히 응원해주는 것 뿐이겠지요.
어머님께서 '좀 씻어라'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런 말도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냥 묵묵히 지켜봐주시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일들을 마련해보는 게 어떨까요
예시1. 집앞에 갈비집 새로 생겼는데 간만에 갈비나 좀 뜯자
예시2, 탑건 죽인대, 영화나 한편 때리러 가자
예시3. 교외로 드라이브나 나갈까, 커피 한잔 때리고 초록색 좀 보다 오자

강요도, 섣부른 응원도 하지 마십셔.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의 어깨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삶은 이렇게 즐거운 것이다, 형덕분에 지금까지 즐거울 수 있었다, 는 마음을 말이 아닌 무언가로 전해드리면 어떨까요
BEST 2 OPszXxMX  
아마 메이플 좋은템 뜨면 웃을듯 나도비슷한 상황인데 그럼
10 Comments
wh2VHTwC 2022.10.13 11:19  
아 너무 안타깝다
진짜 너무 앞만보고 달려와서
에너지가 1도 남아있지 않은느낌..

럭키포인트 21,457 개이득

ekygDZb8 2022.10.13 11:24  
형이 고생 많이 하셨네

럭키포인트 29,611 개이득

47MkdaUs 2022.10.13 11:30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스스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도, 싫은 것도, 일하는 것도, 먹는 거 자는 거 모두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서 되어야겠지요.
기쁘고 힘든 것도 나 스스로로부터 비롯되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형님께선 그런 삶을 살아오시지 못하고 있으신듯 해요.

이유는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겠지요.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본인이 없는 삶을 살아오고, 또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구요
이런 분들은 쉰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오셨고,
그러다보니 스스로의 욕망을 안 돌보게 되었고,
무의식속에서 억압된 내 자신이 2년전 형님을 공격하게 되었고,
하지만 여전히 형님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스스로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시는듯해요

밤에 몰래 씻는다, 에서 형님은 '내가 지금 뭘 잘한다고 가족들 다 있는데 씻고 하냐, 난 그럴 자격도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더 나아가 '난 씻을 자격도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쩌면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일 수도 있어요.
평생 가족을 위해 나를 안돌보고 일하다가 은퇴즈음되어서 본인을 마주하고 우울해하는, 그런 사례들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사실, 맨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선생님께서 형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하면서도 애잔한게,
동생분으로선 형님을 나아지게 할 수 없습니다.
형님 스스로여야 해요.
이번에도 타인에 의해 일어서게 되면 형님은 언젠간 다시 억압된 스스로가 고개를 들겠지요.

형님은 형님 스스로 마주보고, 그동안 외면해온 스스로와 먼저 화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게 지금 재밌는지, 내가 뭘 욕망하는지
그러면서 형님이 그동안 나 대신에 챙겨온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겠지요.
선생님께선 그런 형님에게 '그동안 수고했어, 너무 고마웠고. 이젠 내가 엄마랑 형을 챙길게, 이제는 형이 형 하고싶은 대로 살아'라고 한말씀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어머님과 선생님께서 형을 위해 해주실 수 있는 게 있다면 그저 묵묵히 응원해주는 것 뿐이겠지요.
어머님께서 '좀 씻어라'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런 말도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냥 묵묵히 지켜봐주시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일들을 마련해보는 게 어떨까요
예시1. 집앞에 갈비집 새로 생겼는데 간만에 갈비나 좀 뜯자
예시2, 탑건 죽인대, 영화나 한편 때리러 가자
예시3. 교외로 드라이브나 나갈까, 커피 한잔 때리고 초록색 좀 보다 오자

강요도, 섣부른 응원도 하지 마십셔.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의 어깨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삶은 이렇게 즐거운 것이다, 형덕분에 지금까지 즐거울 수 있었다, 는 마음을 말이 아닌 무언가로 전해드리면 어떨까요

럭키포인트 8,753 개이득

NL53TJsF 2022.10.13 11:31  
충전 할겸 해서 2주정도 여행 다냐오는건 어떰?

어머니 모시고

럭키포인트 8,406 개이득

8H2ngorq 2022.10.13 11:33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옆에서 잘 도와줬으면 해 용기가 사라진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은 정말 힘들지만 그걸 이겨내야 형도 다시 활짝 웃을 수 있을거야 너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응원할게

럭키포인트 23,902 개이득

OPszXxMX 2022.10.13 11:38  
아마 메이플 좋은템 뜨면 웃을듯 나도비슷한 상황인데 그럼

럭키포인트 9,648 개이득

jXd45Q1i 2022.10.13 11:46  
[@OPszXxMX] 감동받다가 이새끼 댓글에 웃어버렸다

럭키포인트 19,591 개이득

GDgibHJT 2022.10.13 14:06  
[@OPszXxM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럭키포인트 11,601 개이득

Q3cy7zNl 2022.10.13 12:19  
너가 제주도나 어디 경치좋은곳 예약해놓고 가자고해봐..
형불쌍하다 진짜.. 잘해줘..

럭키포인트 7,760 개이득

IwZhMLqz 2022.10.14 17:18  
너도 그동안 형 도움 많이받았으니
이제 너가 형에게 큰 도움을 줄 차례다

럭키포인트 26,577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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