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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그냥 잠안와서 첫사랑썰

CXuEGobW 4 202 1
학창시절 그저 공부만 하고 남자애들이랑만 열심히 놀다보니 여사친은 커녕 여자사람과 대화도 거의 못해본채 10대를 마감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여자선배 여자동기랑 대화하게 되면 눈도 못마주치고 왠지 말도 잘안나오는 개찐따가 되어있었다.
친구들은 다들 연애도 하고 즐겁게 사는것 같은데 난 뭐하고있나 자괴감이 들면서도 에라 시발 언젠간 나도 생기겠지하며 그냥 하던대로 게임이나 하며 살고 있었다.

실제로 마주하질 않아서인지 게임에선 여자들이랑도 채팅치며 노는게 어색하거나 힘들지 않았고 그러다가 같이 사냥다니던 1살차이 누나한명이랑 친해지게 되었다.

그땐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시절이라 진짜 여자인지, 얼굴은 어떤지도 몰랐지만 그냥 그 누나랑 얘기하고 놀면 공감대 형성도 잘되고 재미있었다.

게임끄고서는 문자와 네이트온으로 쓰잘대기 없는 얘기들을 주고 받으면서도 그때의 나는 웃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었다.

한 2달쯤 그렇게 온라인으로 놀던 어느날 그 누나가 사귀어볼래?하고 물어왔다. 연애는 해본적도 없었던 쑥맥이었던대다 21살의 나는 지금으로썬 상상도 할수 없을만큼 멍청하고 순진했어서 대뜸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나의 첫연애가 되었다.

양측의 합의로 연인이 된 후에도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게임에서 같이 사냥하고 네이트온으로 좋아하는 노래 주고받고 자기전에 통화하며 어떤 하루였는지 얘기하고...

그렇게 온라인 연애한지 보름쯤 됐나 서울에 살고 있던 누나가 부산에 놀러오겠다고 했다. 누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대다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도 오지말라 할수는 없으니 부산이 처음이라는 누나를 위해 나도 안가본 부산 명소와 맛집들을 찾아 데이트코스를 짰다.

누나를 부산역에서 처음 만난 순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150대의 작은 키였지만 붐비는 부산역의 인파들 속에서 어? 왠지 저사람일것 같다. 하는 느낌이 확드는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먼저가서 아는척할 용기도 없었고 바로 고개롤 숙여 애꿎은 롤리팝만 만져대며 저 사람이 나한테로 오나 안오나 곁눈질하고 있었다.

긴장과 설렘으로 미칠것같았던 나와는 달랐던지 누나는 내 어깨를 툭치며 파란 롤리팝보고 알았다며 반갑다며 인사했고 나도 그제서야 누나를 제대로 보고 인사했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작고 귀여운 사람이었다.

미리 짜놓은 코스들을 돌아다니며 처음 한 10분동안의 어색함은 지나갔고 누나는 춥다며 내 코트속으로 들어와 팔짱을 끼고 걸었다. 21년 인생에 여자손을 잡아보기는 커녕 제대로 된 대화도 못해봤던 나에게 그 경험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다리에 힘이 풀릴것 같았지만 가오 상할까봐 아무렇지도 않은척 삐걱삐걱 계속 걸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바닷가도 보고 아쿠아리움도 가고 밥도 먹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니 온라인으로 대화할때와는 다르게 어색하기도 하고 말도 잘안나왔지만 그래도 1살 누나라고 자연스럽게 계속 대화를 재밌게 잘 이어나가준 덕에 즐거운 데이트를 했고 다시 부산역에서 누나를 배웅하며 보냈다.

애초에 당일치기 여행으로 온거였고 당시의 때묻지 않은 나는 아쉬워하거나 붙잡으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와 진짜 재밌게 잘놀았다'라고 생각하고 서울행 기차를 타고 있는 누나가 집에 도착할때까지 문자를 주고 받으며 행복해했다.

그후에도 우리의 연애에 바뀐것은 없었다. 똑같이 게임에서 만나고 문자 네이트온 전화의 반복... 그러다 문득 나도 서울구경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누나에게 서울 놀러갈건데 놀아줄거냐고 얘기를 꺼냈고 누나는 당연히 종일 놀아주겠다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혼자 여행을 가본적도 없었고 서울에 아는사람이라곤 누나뿐이어서 좀 무섭기도 했지만 사흘동안 누나와 만나서 놀 생각에 들떠서 짐을 싸면서도 들떠서 어딜가볼까 하며 설레어했었다.

4 Comments
jibHjmXG 2019.11.03 12:53  
어 그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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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7MMRVRo 2019.11.03 13:01  
ㅇㅇ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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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9xjUQ 2019.11.03 13:03  
그래서? 더 없어?

럭키포인트 20,468 개이득

GpkiVKnK 2019.11.03 13:48  
다음내용은 35사단 끄적끄적에 올릴만하게 적어봐라

럭키포인트 25,209 개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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