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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사과 서리

티타뷰래표레데토 1 50 0
벌써 5년도 더 지난 야이기네요
당시 저는 대학교 학생이었고, 학교에서 진행중인 국토대장정
에 참여 중이었습니다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는데요. 한 그룹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대전까지, 다른 그룹은 통일전망대에서 대전까지 오는 그룹이
었고 저는 통일전망대 그룹이었어요
강원도를 거쳐 충청북도 청주를 지나는 날 이었습니다
두 개의 그룹은 다시 몇개의 조로 나뉘었고, 한 조가 같은 방을
쓰는 시스템이었는데요
그때 우리조는 특히 20대의 젊고 건장한 청년들이 모여있는지
라 제공해주는 식사로는 도무지 배가 차지 않는 좀비들이었죠
정말 배가 너무 코파습니다.
숙소에서 쉬고 있었지만 배가 고픈 우리들은 서서히 눈이 뒤집
히고 묻데 끌어다놓은 물고기 마냥 꿈틀대고 있었죠
지역은 청주
그리고 오던 풍경을 기억한 몇몇 사람들은 드디어 해서는 안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야, 서리 하자 사과 서리"
한 형의 주도 하에 결국 참지 못한 몇몇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허기에 지친 조원들은 이성을 놓고 동참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은 한명을 뽑아 서리해오기
그리고 제비뽑기 결과…제가 걸렸습니다
저는 운 없는 저를 탓하며 엄청난 모험끝에 작은 사과 6개 서
리에 성공했고
그걸 가지고 오자 조원들은 초록색침 흘리 면서 사과에 달려들
어 저그마냥 뜯어먹더라고요
하지만..갑자기 별안간 숙소 방문이 열리 면서 누군가 외쳤습
니다.
"조금 전에 사과 따간놈 누구야??"
눈 앞이 아득해졌습니다
그간 고생해온 제 인생이 여기서 끝장나는구나. 그래도 자수하
면 조금은 참작해주려나 하는 심정으로
"저 접니다" 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저씨 왈
"야, 임마. 서리 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서리 당하는 내가 조마
조마해서 혼났다. 어휴 답답해"
요약하자면 이랬습니다
한 떼의 대학생들이 부실한 밥 먹어가며 행군하는걸 보고 필시
서리가 올 것이라 예상한 아저씨는 한번 지켜봤다더군요
그런데
왠 덩치는 큰데 무지 어설픈 한 남학생접니다)이 어설프게 들
어와서 사과를 따는데 잡을까 하다가 행동거지가 너무 어설퍼
서 지켜봤다고 합니다. 서리 당하는 사람이 조마조마해서 답답
했을 정도니 제가 얼머나 한심했는지 훤하더라고요
거기다가 제가 따간 사과는 너무 작아서 상품가치도 없거 니와
애초에 솎아내려고 한 사과들만 땄다고 합니다
즉..졸지에 저는 야밤을 틈타 남의 과수원 일을 대신 해준 꼴
이었죠
너무 어설퍼서 잡을 마음조차 사라졌고 도망가는 모습도 묵묵
히 지켜봤다고 합니다
대충 어디로 가는지도 보였다더군요
"넌 어디가서 서리같은거 하지 마라. 서리엔 영 재능이 없다"
  절 혼내거나 벌하는 대신에 무진장 낄낄 거리며 놀려대셨고 저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젊은이들이 고생한다며 큼지막한 사과 너
댓개와 함께 소주 한병을 주셨습니다.
그거 먹고 힘내서 끝까지 대정정 완수 잘 하라고 독려해주셨고
대장정 후에도 몇번 연락을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 연락이 끊
겼습니다
그 후에 저는 지금 정직하게 일해서 돈 벌어먹고 살고 있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두번 다시 서리 안할께요

1 Comments
베쵸태시투흐마규 2018.02.22 12:30  
아저씨가 착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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