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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처음.. 글을 써봅니다.스압.

kzkJbgtV 19 435 3
안녕하세요 개집 유저들. 제가 너무 슬픈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저는 외국에서 유학중인 30대 초반 여성입니다. 20대 마지막에 공부를 해보려 왔고, 여기에서 네살 많은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남자친구는 영어공부차 왔다가 저를 만났습니다. 제가 선행 코스가 끝나고도 남자친구는 동반자 비자로 호주에 남았습니다. 그렇게 3년에 가까운 시간을 교제했습니다. 현재는 학위종료까지 1년이 남은 시점입니다.

어느날 남자친구가 얘기하더라고요. 과로같아서 일을 쉬고싶다고. 저는 처음엔 휴가를 쓰라고 했고 다음에는 그냥 엄살부리지 말라고 한소리 했어요. 한국은 주에 50시간씩 일한다던데 38시간이면 좋은거 아니냐 하면서..

간이 약해졌나 싶어서 피검사를 받았고 그날 저녁 검사받은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신의 몸은 매우 위험한 상태고 피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
당장 혹은 최대한 빨리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
우리는 ‘최대한 빨리’라는 것이 얼마나 빨라야하는 시간인지 몰라서 다시 물었고, 의사는 지금당장 1분이라도 빨리 가라고 했어요.

응급실에 갔고, 저는 비행기 티켓을 사서 다음날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가자마자 입원, 골수검사를 받았고,
급성 골수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남자친구 증세에서 골수검사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검사를 받았다는 말 부터 저는 울음이 터졌지만, 바로 치료만 하면 나아질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진단을 받고 바로 치료를 시작한다는데
현재 제 남자친구는 그냥 집근처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만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대학병원에 이 병을 치료할 시설이 없어서, 전문병원에 갔는데 병실이 없으니 두달정도 기다려야한다고 대학병원에서 받은 결과말고 정밀하게 골수검사를 다시 하자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처음 한국에 도착해서 아무렇지 않다 했었는데
이제는 전화를 하면 느린 숨을 쉬면서 피곤해서 못일어 나겠다. 피를 뽑고 다시 수혈을 할뿐, 그 어떤 의사도 아무얘기도 안해줘서 마음이 힘들다고만 하네요.

저보고 공부 잘 하고 있냐고 치료받으면 되니까 놀라지 말고 방학때까지 잘 지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연락도 드문드문 안되요.

남자친구는 모든 것이 참 자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술도 담배도 안하고, 제가 방세를 내지 못할때나 음식값을 내주고 그런 신세를 진 적도 있고 추우면 전기장판 넣어주고 가고, 이사하면 이삿짐 나르고 가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시간이면 늘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고 했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저런 사람이면 천금이 부럽지 않다고 저에게 꼭 시집가야 한다고 농담했고, 저희도 한국에 가면 결혼 하자고 얘기하곤 했어요. 사실 제가 집안이 어려웠는데 부모님 생활이 조금 나아지고나서 제 돈으로 유학길에 오른거라 저는 결혼을 할 돈도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주저했어요. 학비를 지키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빠듯했습니다.

현재로써는 학업을 이어가는게 맞는지도 의문스럽고, 그렇다고 여기서 내려놓고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의 결혼을 허락할지, 생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무너지는 마음, 희망을 가지고 싶은 마음, 특히 한국어로 좀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씁니다.

19 Comments
4dH2DMLR 2018.10.31 09:37  
ㅠ 너무슬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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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0l3ZK 2018.10.31 09:38  
쓰니가 한국에온다고해서 남자친구를 위해서 할수있는일이 뭐가있는데?
곁에서 지켜봐주는게 그때당장은 좋을수있겟지만
현실적으로 백혈병이잖아 치료비는?
남친이 보험같은게잇어서 당장은 치료비걱정없을수있겟지만
치료비는 나날히 늘어날테고 어느순간 한계가올거야
지금마음 그대로 간직하면서 1년간 남은 공부 마무리하고
한국으로와서 그때부터 잘 케어해주는게좋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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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vbHmgm 2018.10.31 09:38  
자기 할일하면서 해야지 남이 자기 인생 살아주는거 아님

할일하면서도 힘들어도 감내할 자신 있으면 그러는거고 아니면 마는거

어정쩡하게 했다가 괜히 실망시키지 않았으면한다

그리고 남자친구 병 낫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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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JqL77H 2018.10.31 09:43  
어렵다 ㅠ... 어려워 ㅠㅠ..
너무 어렵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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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NdEjtB 2018.10.31 09:45  
누나가 걱정하는만큼 그형도 누나생각 많이 할꺼야
누나가 곁에 있어준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옳지않다는걸 아니까 그냥 있는거고
매일 잠깐이라도 연락이나 근황 얘기해주고 사진같은거 보내줘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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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z6nhke 2018.10.31 09:48  
급성백혈병이면 충분히 응급질환 맞고 대학병원 특히 빅5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예약이나 이런게 안될것 같으면 그냥 응급실 들어가서 접수하세요. 진료거부권 없기 때문에 접수하면 일단 살려내야됩니다. 설령 환자가 보험없고 돈 없어도요
백혈병 종류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장담 못하지만 치료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도 있어요. 꼭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통화 자주 해주시고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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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nkTVn3Y 2018.10.31 09:49  
13살때 큰누나가 급성백혈병으로 2년 앓다가 죽었음 다행히 나랑 세포가 맞아서 골수이식도 두번 했었고 12년 지난 지금 잊고 살긴하지만 가끔씩 떠오를때 좀 더 잘해줄걸 하는 생각이 듦
잊고살기엔 너무 큰 추억이라도 내 인생은 계속 있다는걸 아시길.
백혈병 치료하는데 그 당시 돈으로 년간 1억넘게 들었습니다 돈 문제는 현실입니다 주위사람들도 앓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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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tM241D 2018.10.31 09:50  
헌혈증 많이있는데 기부좀 할까 백혈병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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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zkJbgtV 2018.10.31 09:57  
[@xOtM241D] 네 백혈병도 수혈을 해서 있으면 쓰이는 걸로 알아요. 제가 그걸 어떤경로로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몰라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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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0l3ZK 2018.10.31 10:11  
[@kzkJbgtV] 헌혈증을모아서 수술후에 병원 원무과에 제출하면되는걸로아는뎁
Uopdgags 2018.10.31 09:54  
에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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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UJIsnR 2018.10.31 09:57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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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YxJfmY 2018.10.31 10:38  
학업을 이어가야지 뭐 어쩌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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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SQLfix 2018.10.31 10:39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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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ZbuVr 2018.10.31 10:50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제 3자 입장에서는 학업을 이어가는게 맞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내가 저 상황이라면 저 사람을 두고 비행기를 타고갈 수 있을까 싶네요.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결혼은 전제로 만나고 계셨다면 부모님들과도 얘기를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힘든 결정이 될테니 마음 굳게 먹고 힘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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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zkJbgtV 2018.10.31 11:22  
[@d27ZbuVr] 예전에도 남자친구에게 한국생활을 권한적이 있습니다. 졸업 후 한국에서 호주에서 각자 수입을 만들고 양쪽으로 길을 도모하자는 얘기였었죠. 저같은 경우는 동종분야 취업하면 한국보다 두배정도 버는거라.. 설령 남자친구가 영양 직업이 없다해도 같이 살아갈거라 어떻게든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입장입니다. 남자친구가 치료만 들어가면 뭔가 하나 해결될것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습니다.
8HgrTxTu 2018.10.31 11:59  
학업을 이어나가는게 맞지만 어느것이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 잘 생각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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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svGUrzy 2018.10.31 12:53  
당장 병간호를 시작하면 많이 힘들어요. 돈이 가장 큰 이유로 이 세상에 대한 원망과 증오만 쌓여요.학업 마치고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게 준비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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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Y5g6el 2018.11.01 02:00  
솔직히 급성골수 백혈병은
걸리면 골수 이식 못하면 죽는다고 보면됨
내 친척동생도 겨우 4개월도 못 살고 죽음
골수 이식해보려고 8촌까지 혈연 관계 있는 모든 사람들 다 검사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해서 다 받았건만
다 부적합 판정받음
내가 헌혈한 헌혈증 다 가져다 주고 했는데 답이 없더라 골수 이식 말고는
그래서 저 문제가 너무 어려움
학업을 계속 하게 되면 아마 부고를 거기서 듣게 될것이고
학업을 안 하고 같이 있으면 마지막 가는 길까지 볼 수 있을 것이고
운 좋아 골수가 맞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식 받으면 살 수 있지만....
살릴려면 진짜 백방으로 알아봐야함
잘 고려해서 선택하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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