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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비혼주의였는데, 이런여자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d1kucNZD 17 550 7


10살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친할머니 성화에 못이겨 

친정에서 쫒겨나듯이 쌈장통에 500원짜리 들고 엄마와 나옴


이모네서 얹혀살면서 눈치밥먹던 초등학교를 보냈고

화장실이 밖에 있던 원룸에서 뜨거운물이 나오지 않아 가스불을 켜놓고 그열기로 씻었던 중학교시절

곱등이와 곰팡이가 무수히 많던 반지하에서 성인까지 지내다가


현재는 엄마와 둘이 투룸전세로 그럭저럭 살고 있다


나때문에 젊은 시절을 포기해야만 했던 엄마를 생각하면 

내가 어느정도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에 강제적 비혼주의를 택했었다.


내 세대의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 결혼얘기만 나오면 난 항상 숨기 일쑤였지만,

솔직히 결혼을 해서 가족을 구성한다는거에 대한 꿈이나 설레임이 전혀 없었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20-30대 초반까지는 항상 끝이 정해져있는 연애만 했었던거 같다.


현재 나는 2살연상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다. 

여자친구는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고,

그 덕에 나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


다만, 다른게 있다면 내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서로 나이가 있다보니, 시간을 더이상 허비하면 안되기에

결혼이 전제가 아닌 연애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여자친구도 비혼주의였기에 서로 동의하에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쯤, 여자친구의 어머님께서 심하게 아프셨는데(현재는 모두 완치)

이때도, 긍정적인 여자친구는 모든걸 이겨낼수 있다는 씩씩함이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그리고 최근 우리 엄마가 죽을 고비를 넘길정도로 아팠다가, 회복중이다.

정말 내인생에 이렇게 까지 힘든시기를 겪었었나 싶었다.

죽을수 도 있다는 동의서를 몇번을 작성했고, 모든 결정을 나 혼자 내리는 그 상황이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죽을수도 있다 생각하여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보기까지 했었다.


나는 힘든일이 있어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드러내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때마다 여자친구는 내 곁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주며, 많은 도움과 힘이 되어주었다.

 

잘 울지않고 드러내지 않던 내가 한번 여자친구 앞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운적이 있는데,

그때 여자친구는 나에게 뜻밖의 냉정한 몇마디를 했다.


"너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엄마가 살아"

"그러니 울지 말고 지금이라도 할수 있는걸 알아보자"


그얘기를 듣고 내가 무너져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렸던거 같다.


천운이 따라줘서, 다행이 엄마는 잘 회복중이고, 이제는 하나의 해프닝이 되었지만

그때 옆에 있어준 여자친구덕에 2년가까이 만나면서 오히려 더 좋아진 상황이다.


최근, 서로 조금씩 결혼에 대한 상상을 얘기하곤한다.

너랑 결혼한다면 어떨까? 결혼하면 잘 살수 있을까? 라는


서로 힘든시기에 곁에 있어줬다라는게 안정감이 되었을까?


아직도 비혼주의지만, 결혼을 한다면 이런여자와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다






Best Comment

BEST 1 1kEoHjQQ  
나같음 그여자 안놓친다
비혼주의가 무슨상관이야 내눈앞에 평생을 함께하고싶은사람이 있는데
17 Comments
1kEoHjQQ 2022.10.25 16:57  
나같음 그여자 안놓친다
비혼주의가 무슨상관이야 내눈앞에 평생을 함께하고싶은사람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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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kucNZD 2022.10.25 17:09  
[@1kEoHjQQ]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못 느껴봐서 인지,
부양해야하는 사명감이 강해서 그랬던건지,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한번 용기를 내보도록 할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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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gdC7rO 2022.10.25 16:57  
선생님, 사람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그 나약한 사람이 가진 몇가지 생각들이 강하다면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우리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정치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싸우고 상처주고 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정답은 없고 바뀌지 않는 것은 없으며 정해진 것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선생님의 비혼주의라는 과거의 결심 또한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고되고 피폐했던 삶이 준 강한 신념이 있었는데,
이를 무너뜨리고 선생님께 온몸과 정신으로 다가온 멋진 사람이 있다면
저는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냐고 선생님께 묻고 싶습니다.

사람은 약해서 매력적이고, 사람은 저 사람의 약점과 단점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신념을 무너뜨린 그 사람을,
비혼주의가 무너진 선생님의 세계에서 같은 눈높이로 한 번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신념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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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kucNZD 2022.10.25 17:12  
[@dcgdC7rO] 마음에 와닿아, 어리석음을 느껴질정도로 제 자신이 창피하네요
말씀대로 신념은 아무것도 아님을 제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던거 같네요.
그냥 끄적거린 뻘글에 좋은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힘과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qZ2MuntN 2022.10.25 17:11  
비혼충들 괜찮은사람 만났다고 바로 결혼각 잡는거 씹극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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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gdC7rO 2022.10.25 17:12  
[@qZ2MuntN] 비혼주의자한테 돈빌려주고 못받음? 댓글에 날이 서있네
d1kucNZD 2022.10.25 17:15  
[@qZ2MuntN] 그러게 나도 이렇게 욕심을 부려도 되나 싶지만,
그래도 생각이 변화할수 있다라는 심정을 표현한거니까
너무 극혐하지는 말아줘ㅎㅎ
keSAmKYM 2022.10.25 17:20  
사는 상황 보니깐 결혼은 무리다 걍 계속 사귀면서 살아라

사치야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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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kucNZD 2022.10.25 17:48  
[@keSAmKYM] 결혼이라는게 사랑으로만 하는건 아니니까~
현실적인 조언 고마워~
w4cj6thT 2022.10.25 17:39  
좋은 여자분을 만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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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SuQznFY 2022.10.25 18:00  
유부 1년찬데,
가족이나, 처갓집이나, 와이프나 결혼하고 나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더라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가족문제는 항상 어렵고 개골치아픔
그래도 이 여자다 싶으면 결혼 해
나 같은 경우에는 여자가 엄청 아이 키우고 싶어했는데, 그 모습 보면 행복할 거 같았어

아직 아이는 없고 난임치료 중이고, 돈 걱정도 많이 되고, 가족문제 너무 어렵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같이 있어서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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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xD6MFf 2022.10.25 18:34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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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Q1BSSLg 2022.10.25 19:02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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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Qbxt6Lw 2022.10.25 20:08  
딱히 비슷한 상황은 아닌데 난 사업이 어려워져서 지금 여친아니면 결혼은 꿈도 못꿀상황인데 여친 집은 중산층 정도? 자가 포함해서 세주는 집도 있고 그런데 나도 가끔 물어봄. 날 왜만나냐고. 솔직히 비전도 안보이고 근데 사람이 좋아서 만난대. 그런거보면 사는거에 있어서 돈도 정말 중요한데 확실한건 돈이 부족해도 잘사는 사람들이 있잖아?
나처럼 그냥 직접적으로 물어봐 나같은 사람이랑도 결혼할 수 있냐고 그럼 붙잡아
되도않는 미래비전 제시하면서 허언갤 같은 소리하지말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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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nJZ4Uf 2022.10.25 21:46  
[@MQbxt6Lw] 그렇게 꼬라박은 인생인데도 감싸주는 부자인 여친은 도대체 성인군자임?  이남자 저남자  남자경험 많이 겪어봐서 님한테 정착한건지 궁금하네요  비꼬는게 아니라 제가 모쏠이라  경험없는 여자를 만나고싶어하거든요... 요즘같은 시대에 모쏠인 여자찾는 제가 등신이라고해도 인정해요.. 하지만 부정 할수없는 이 마음속에 억하심정이 있어서요 정말 고민이네요.. 이러다가 내 젊은시절 다 보내는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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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QhtDYo 2022.10.26 07:18  
절대 놓치지마라.
과거의 내가 들을 수있다면 꼭 보내고 싶은 편지가 있다.
꼭 놓치지말고 인생에 앞으로의 난관도 같이 이겨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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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XQFeR2 2022.10.26 10:29  
next thing you know 라는 노래 들어봐 가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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