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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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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꿈을 꾸다 깼는데 너무 생생하고 묘해서 메모장에 쭉쭉 적어놨다가 

지금 이 게시판으로 옮겨봅니다.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하지만 소질이 없어서 글로만 끄쩍였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한 트레일러에 남겨졌다.

매서운 추위가 느껴지는 버려진 도심 속 얼어붙은 강의 중심부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뭔가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와중에 

칼로 경계가 그어지는 듯이 환한 빛으로 공간이 잘려나가며 몇몇 사람이 눈앞에서 빛과 같이 사라져갔다.

어렴풋이 죽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두려워했고

어느 한 여성이 용감하거나 혹은 체념한 듯이 공기조차 없을 거라 생각되는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얼어붙거나 숨이 막힌 채 죽을거라 생각했지만 꽤 시간이 지난 후 여자는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하나도 춥지 않다.'

그러자 무리는 우르르 트레일러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그 여자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춥지 않을 뿐 아니라 살짝 녹은 물웅덩이에 발끝이 닿으면 물이 튀어 올라 방울방울 공중에 떠도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텅 비어있을 거라 생각하던 도시는 건물 내부 곳곳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으며 

창마다 사람 그림자들이 어지러이 일렁이는 것을 보니 꽤나 즐거운 파티 중일 거라 생각했다.

상쾌한 행복감을 느끼며 얼마나 뛰어다녔을까? 나는 어느덧 강의 경계선까지 다가섰다. 

순간 나는 어떤 사람과 부딪혀 넘어졌고 그 사이 분명 도시에 속한 사람일진대 마치 우리 일행인 척하는 여자가 다가와 우릴 일으켜 세워준다. 

그때 건물의 창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된 나는 깨달았다.

사람 그림자들의 일렁임이 서로 치고받는 싸움 중이라는 것을.

우릴 일으켜 세워준 그 여자는 무리 중 경계 근처에 있던 나를 포함한 남자 셋에게 말했다. 

'좋은 곳이 있으니 같이 가지 않겠냐?'

순간 묘한 정욕이 끓어올라 우리는 '그러마'라 답한 뒤 서둘러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묘한 도시의 뒷골목으로 빠져들었다.

막상 들어서니 이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상식처럼 쌓아올린 건물들이 아니라 건축물의 형태로 땅에서 솟아난 듯 보였다.

그래서 건물 귀퉁이를 따라 돌아간다는 것보다는 칼로 잘린 듯한 거대한 암석 덩어리를 지난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건물 사이사이를 헤치고 나오니 매끄러운 기둥들로 만들어진 벽 앞에 서게 되고 그 여자는 말한다.

'내가 중간중간 한 명씩 올려줘야지 넘어갈 수 있다'

그 여자를 포함해 셋은 낮은 기둥 위로 올라선 뒤 일러주는 곳으로 움직이며 기둥들을 밟아 나갔다. 

순간 여자가 '지금!'이라고 외쳤고 한 녀석이 여자의 손등을 밟자 그렇게 기둥 너머로 훌쩍 넘겨졌다.

그리고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나머지 한 명도 넘게 되었고 나만 남는 순간에 묘한 불신감이 들었다.

다시 여자가 '지금!'이라 외쳤고 불안 혹은 불신에 휩싸인 나는 그 손등을 밟지 않았다. 

그러자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녀 역시 분노했고, 어디선가 사람 형체들이 그림자가 일어서듯 나타나 다가오기 시작했다.

상황이 잘못됨을 느끼자 나는 연신 사과를 했고, 

그녀는 이내 크게 선심을 쓰며 마지막 기회는 자신이 만들어볼 테니 이번엔 실수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뭔가 그녀와 그림자 사이의 알력이 오가는 느낌이 들며 나 역시 그림자에 닿지 않으려 이리저리 몸을 빼내는 순간 그녀가 '지금!'이라 외쳤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손등을 밟았고 내 몸이 훌쩍 띄워지는 느낌이 들며 벽 위를 넘어섰다.

벽 뒤에 내려선 나는 이곳이 매우 잘 정돈된 목욕탕임을 알 수 있었다.

습하지 않을 정도의 기분 좋은 운무가 어른어른 깔려있고 탕 안에서는 매우 맑은 물로 남자들은 연신 몸을 씻어내기 바쁜 곳이었다.

정욕은 잊힌 채 목욕탕에 들어서려는데 이번엔 얼굴 한쪽이 화상으로 짓눌린 여자가 다가와 나에게 좋은 곳을 소개해 준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꽤 거칠게 내 손목을 낚아챈 손에 이끌려 탕을 지나 내려서니 개미굴처럼 복도 좌우로 구불구불한 길이 있었고 여자들이 벌거벗은 채 앉아있었다.

난 아직 손에 잡힌 채로 골목을 들어섰는데 워낙 좁은 통로라 별 방도 없이 나체의 여성들과 몸을 스쳐가며 지나가야 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몸이 비대하거나 뭔가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어서 

아무런 정욕이 들지 않던 나는 두 개의 골목을 지난 후에 손을 뿌리치고 되돌아 나오려 했다.

화상이 있는 그녀가 나에게 다시금 다가오자 내가 물었다.

'여긴 어찌하여 저런 분들만 있소?'

그러자 그녀는 '정을 통하지 못한 여자들이 이곳에서나마 몸을 팔아 정을 통해보려 한다.'라고 답했다.

그때 처음 나를 이곳에 데려온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나를 불러 세운 뒤 몇 시간 후에 자신의 방으로 오라 하며 들어가 버렸다.

뭔가 그녀에겐 미안한 마음이 생긴 나는 다시 한번 골목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다.

여자들과 살이 맞닿으며 골목길을 지나고 있노라니 어느 한 사람이 눈에 들었다. 

분명 아름답다고 하긴 어렵지만 이 중에선 한 송이 꽃과 같았다. 

난 그녀와의 정사를 원했고 그때 기둥서방인 듯한 남자가 탕을 가로질러와 내 등을 쳤다.

그리곤 내가 선택한 여자와 나를 돌려세워 야트막한 머리 위 놓인 불상을 바라보게 한 후 

진주가 박힌 큰 조개껍데기로 물을 담아 우리 둘의 등에 뿌려댔다.

살짝 닿은 물이 이제껏 경험치 못한 차가움이라 순간 여자를 감싸며 물줄기를 견디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끊임없이 주문 같은 소리를 읊조렸다. 

한참 물벼락을 맞고 있노라니 얼굴에 화상이 있는 여자가 다가와 나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저 남자와 서로 승부를 해서 이겨야 한다고.

듣는 순간 나는 손에 잡히는 주변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던지며 그 남자에게 대응했고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니 손에 힘이 빠져 지치기 시작했다. 

그 남자도 지치기 시작했는지 서로 의미 없이 물벼락만 뿌려대는 중에 지긋한 연륜의 낯선 여자가 다가와 남자와 나의 사이를 중재하기 시작했고

허탈함과 안도감이 들며 우리는 크게 웃었고 서로 악수를 함으로 묘한 공방이 끝났다.

그러자 내가 취하려 했던 여자가 내 등 뒤로 다가와 몸을 기대며 입을 맞추는 순간,

1 Comments
JlXCWmNs 2021.07.11 19:05  
?? 미쳤네 다음편 안갖고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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