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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무숲

러브젤 없어서 퐁퐁으로 햇어요 ㅜ

tepAakan 3 585 2
대학교때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었다.

사랑하는 감정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아무런 계기도 없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투르고 어린 나는 그 여자애게 내 사랑을 말그대로 집어던졌고, 그 아이는 거절도 승낙도 아닌 애매한 대답을 했다.
그것이 사실 아직은 미숙한 20대의, 확실한 거절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아듣지 못했다.

어떻게 호감을 표시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만약에 그것이 거절당했을때 어떻게 보내버려야하는지,

어린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었다.

다만 그 어린 날의 많은 밤들을, 그 아이를 좋아하는 마음에 스스로 데이고 동시에 그 감정을 스스로 버리지도 못하고 잊지도 못해서, 정말로 많이 울고 아팠었다. 사랑은 이유없이 시작되기에 없애버리기 정말로 힘들었다.

고백을 한 그 날을 계속해서 후회하며, 나의 감정에 불을 붙혀버린 내 자신을 탓했다.

대학교 생활의 절반은 그렇게 매일 그 아이를 마주치며, 그 아이도 고통스럽고 나 또한 우울한 무거운 침묵의 기간을 보냈다. 그때의 나에게는 평생에 걸친 감정의 흉터가 남았다.

입대 날, 그 아이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거절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나는 그때 말로 괜찮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 아이를 탓했다.
그래, 네가 애매하게 굴었어. 나는 그래서 정말 많은 시간동안 아팠어. 차라리 확실하게 끊어주지. 확실하게 말해주지. 하고, 모든 탓을 그 아이에게 돌렸다. 그래야 내가 덜 아플 것 같았다.

온갖 저주받은 말이 생각나면서도, 그런데도 그 아이가 좋아서 내 감정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 아이는 내 행운을 빌어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이별했다.

나는 그때야 비로소 사랑이 끝났음을 알았다. 그 아이의 확실한 거절이었음을 알았고, 나의 사랑을 이제는 나 혼자 스스로 끌어안고 그것이 식을때까지 오롯이 혼자 견뎌야하는 것임을 확실히 알았다. 버려진 사랑을 끌어안아 식히는 일은 정말로 고통스러운 짓이었다.

받아줄 곳을 잃은 내 사랑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른이에게 고통이 된단걸 깨달았다. 차가운 우울만이 버려진 사랑의 칙칙한 열기를 식혔다.

군대를 제대하던 겨울은 정말로 추웠고 습했다.

1년이 지나고, 여우비처럼 뜬금없이 너에게 다시 연락이 왔었다.

눈을 의심했고, 심장이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간신히 온몸으로 끌어안아 식혔던 죽였던 그것이 다시 너의 맥락없는 문자 하나에 불꽃처럼 끓어오르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어리석게 너를 다시 만났다.

너는 내게 말했다.

1년간, 너무아 많은 밤의 꿈 속에 내가 나왔었다고.

이것이 후회인지, 그리움인지 자기는 알수가 없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슨 개소린가 생각했다.

우리는 결국 만났지만, 한달을 채 가지 못했다.
거리는 멀었고, 간신히 시작된 사랑은 여전히 덜 여물은 풋사랑이었다.

그 한달간 너는 내게 물었다.

대체 왜 나를 좋아하느냐고.

나는 그 물음에 한치도 망설임없이 답할수 있었다.

대학교 시절, 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밤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냥"

그게 내 사랑의 이유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많은 밤을, 너를, 잊지 못한다.

나의 대답에 너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너또한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더 찾고 알아보는 중이었구나 하고.

우리의 풋사랑은 그렇게 짧게 끝났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혼을 준비하며 다시 너를 생각해본다.

사랑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던 그 시절의 너, 많은 밤을 끌어안고 아파했던 나의 20대 시절을 다시 생각해본다.

너 또한 행복하기를.

그리고 그 많은 밤을 아파했던 나에게 이제는 아파하지 않기를.

3 Comments
tepAakan 2021.08.21 08:51  
유머글 보고 갬성돋아서

내 이야기 좀 넣어서

소설만듬

럭키포인트 20,010 개이득

LOU1hgbs 2021.08.21 08:57  
[@tepAakan] 2편 가져와..

럭키포인트 9,161 개이득

tepAakan 2021.08.21 09:18  
[@LOU1hgbs] https://gezip.net/bbs/board.php?bo_table=humor2&wr_id=5418867&sfl=wr_subject&stx=%EB%8C%80&sop=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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