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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호갑사가 호랑이 잡는 군인이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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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호갑사 조갑생이 반역에 연루되었으니 발견즉시 관에 신고하라. 인상착의는 아래와 같고, 특이점은 왼손 새끼손가락이 없다.'

조갑생 가족을 놓친 왕이 할 수 있는 것은 전국에 방을 붙이라는 명을 내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조갑생 가족은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듯. 그 어디에도 자취를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를 잡는 특수부대인 착호갑사의 우두머리였으니 제 한몸의 흔적이야 손바닥 뒤집는것보다 쉽게 숨길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누라와 딸자식의 흔적까지 지우며 도망다니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얼마안가 조갑생은 이미 죽었고 호랑이들만 살판 났다는 말이 거리에 퍼졌다. 왕은 그 날 이후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화살이 두려워 한 밤중에도 해가리게 밑에 숨어다녓다.



 남자는 문간에 서 있던 사자장식을 발로 차 깨버렸다. 이웃집 사람들이 와장창 소리에 나와 보고는 사자장식이 깨어진걸 보고 경악을 했다. 사자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마을의 불문율이었고, 방금 남자가 그 심기를 건드리기로 작정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자장식은 일종의 낙인이었다. 사자파가 언제든 들이 닥쳐도 반항하지 못하는 집을 표시하는 낙인. 남자는 그것도 모르고 좋아라 장식을 세웠던 자신을 자책했다. 이 장식만 세워두면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있을 것이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장식을 선물하던 사자파의 수금원이 떠올랐다. 그자가 사자파라는 폭력단의 수금원이라는 사실도 남자는 오늘에야 알았다. 

 반항만 하지 않으면 모두가 무사할거라는 약속. 그 약속만 믿고 남자는 바닥에 납작 업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아내와 꽃같은 딸이 사내들의 몹쓸 손장난에 유린당할때도 남자는 땅속으로 땅속으로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려 애쓰며 땅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잠시만 참으면... 죽는 것도 아니고 잠시만 참으면 지나갈 일이니까... 남자는 죽을 힘을 다해 참았다. 어제 아내와 같이 잠을 잔 안방으로 남자들이 들어가고.... 아내가 그 방에서 반쯤 찢어진 옷가지를 주섬주섬 들고 나올때도 남자는 참았다. 하지만. 딸을. 딸을 겁탈하려고 할때는 남자도 참지 못했다. 남자는 일어나 딸을 잡아끄는 사내의 머리통을 한손으로 잡아 벽에 대고 눌렀다. 사내의 머리통은 곧이라도 터질듯 뿌득뿌득 소리를 내었다. 옆에있던 다른 사내가 칼을 꺼내 딸의 목을 겨눴다. 남자는 이성을 잃고 다른 사내에게 덤비려했으나, 딸의 목에서 흐르는 한줄기 피가 남자의 이성을 붙잡았다. 남자는 사자가 그려진 칼날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렇게 딸은 방안에서 수많은 사내들에게 욕보여졌다. 남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돌처럼 그자리에 서서 모든 것을 들었다. 앙다문 이 사이로 피가 흘러 남자의 턱에 흘렀다. 사내들은 헐벗은 딸을 묶고, 칼을 겨누고는 집을 나섰다. 남자는 떠나는 사내들을 봤다. 사내들이 마을 어귀를 지나 사라질때까지 남자는 턱에서 진흙같은 피를 뚝뚝 흘리며 사내들을 봤다. 

 남자는 손가락이 하나 모자란 손으로 활을 쥐고 사내들이 떠나간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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