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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연애가 끝났다

LjQVavsC 52 1316 17

6년의 연애가 끝났다


우리의 연애는 내가 늘 을이였고 너가 늘 갑이였다. 

처음 대학교 같은과에서 만난 넌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너에게 고백했고 신입생이 된지 3개월만에 우리는 커플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첫 시작부터 잘못됬던것 같다. 난 널 좋아했고 넌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 단순히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길 바랬으니까.

처음에는 주위사람들이 나에게 부럽다며 너가 잘 해야겠다며 이런 말들을 나에게 내뱉었을때 난 객관적으로 외모가 떨어지는 내가 더 잘해야겠다 라고 다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연애관은 헌신하다 헌신짝이 되더라도 헌신하자 였으니까. 그래야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내가 힘들지 않을테니까.


나의 이런 다짐을 너도 느껴졌는지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넌 나를 감정쓰레기 통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유없이 나에게 짜증을 내고 화를내고 모진 말들을 내뱉고

툭하면 자퇴할거다 살기 싫다 등등 부정적인 말들로 네 안을 비우고 내 안을 채우려 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싸움은 단순히 내가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하면 싸우지 않고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싸우는 형식이 되어 나중에는 주에 5일 이상을 싸우게 되었다. 


사귀기 시작한 첫해 겨울 종강때 학교에서 주관하는 2달 어학연수에 둘다 가게 되었을땐 더 심했다. 의지할 사람이 오로지 나뿐인 넌 하루내내 너의 기분을 달래주길 바랬고

3-4시간을 달래다 지쳐버린 날 보며 오빠는 내가 힘들때 버릴 사람이야 라는 말과 함께 뺨을 때렸다. 난 여전히 너가 좋았기에 내가 사과하고 널 다시 끌어 않았다.

2달 어학연수 마지막날 수료식에 참가해야 하는 우리였는데 넌 다시 기분이 나빠져 나에게 시위하듯 위험한 해외를 혼자 2시간을 돌아다녔다. 난 너가 너무 걱정되어

2시간을 뛰어다니며 겨우 널 찾아 설득시키고 가까스로 수료식에 참여시켰다. 왜냐면 여전히 널 사랑했으니까.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둘다 편입준비를 할때도 변하지 않았다. 넌 내 시험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원했으니까.

내 시험이 망해도 난 너의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했다. 여전히 널 너무 사랑했으니까. 그후 난 편입에 바로 붙고 넌 붙지 못하여 일년을 더 준비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넌 더욱 심해졌다. 툭하면 전화해서 살기 힘들다 왜 공부해야하냐 나 그만둘거다 등..

하루는 매일 몇시간씩 걸려오는 너의 부정적인 통화와 영상통화에 4일 내리 받은 내가 지친 기색을 내보이니 오빠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이정도도 못해주냐 라는

대화와 함께 날 나무랄때도 난 널 달랬다. 널 여전히 사랑했으니까.


너의 편입이 성공하고 이제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널 위해 난 한번 병원에 가보는것을 제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넌 공황장애와 우울증 둘다 앓고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넌 날 조금이나마 위해주던 마음을 아프니까 당연해 라는 식으로 없애버리며 그 흔한 데이트조차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남들 다 알콩달콩 연애하며 추억을 쌓아갈때 내 욕망들을 죽이며 난 널 보듬고 돌보았다. 널 여전히 사랑했으니까.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되려 하는 과정이기에 서로의 욕심이 충돌하며 피치못할 다툼이 발생한다. 난 그 과정에서 내 많은 욕심들을 버리게 되었다. 이렇게 해야 우리 관계가 유지되니까.

난 너가 싫어할까봐 미리 다툼이 될만한 사안은 전부 내 스스로 미리 차단했으며, 오로지 너만을 위하고 너만을 생각했다. 정말 간이고 쓸개고 다 퍼주듯이 행동했다.

근데 넌 작년 여름에 조금 서운해 하는 나를 보며 서운해 할걸 알지만 신경쓰지 않으며 행동했고 서운해 하는 날 보며 서운한걸 풀어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넌 나에게 오빠가 너무 잘해줘서 질투가 나지 않고 그냥 당연해진것 같다 라는 말을 하며 내게 이별을 고했다. 난 찢어지는 마음을 붙잡으며 마지막까지 널 위한다며 네 이별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몇시간뒤 걸려오는 너의 전화를 내가 뿌리치지 못해 받으며 우리는 다시 사귀게 되었다. 이제 후회한다 그때 그 전화를 받지말고 헤어졌어야 했음을.


몇개월이 지난 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난 개인적인 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고 너에게 그 사실을 말하며 조금의 위로를 바랬다. 넌 내가 스트레스를 몇개월 전부터

받고 있음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작은 위로는 커녕 걱정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리고 넌 나에게 내가 걱정해야 하는건 맞는데 걱정이 안된다. 오빠를 별로 위로해 주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하였다.

그 와중에도 난 우는 널 달랬다. 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며...널 여전히 사랑했으니까.


그 후에는 너에게 받은 상처들이 아물지 않고 이 상처들은 오로지 너만 치유할 수 있는데 넌 노력할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난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울며 붙잡는 널 보며 여전히 널 사랑한 나는 너가 노력하겠다는 말이 거짓임을 알지만 붙잡혔다. 그만큼 너가 없는 내 삶은 의미가 없을것 같았으니까.

역시 내 예상대로 넌 날 위해 노력 뿐만 아니라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 썩어가는 내 마음을 붙잡고 천천히 너에 대한 마음을 지워갔다.

이렇게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을 죽이고 너의 온도에 맞게 내 온도를 낮추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하루하루 무너져가는 내 마음을 보며 결국 너에게 헤어짐을 고했다.

마지막 통화에서 난 너에게 날 사랑하긴 했냐며 질문했지만 넌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다시한번 마음을 굳히고 잘 지내라며 전화를 끊었다.


날 사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함께한 6년은 뭐였을까? 넌 날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6년을 함께 했으며 그렇게 울까?

넌 너 스스로 내가 너에게 해준게 너무 많고 그에 비해 본인은 나에게 해준게 없다는 것을 나에게 인정하면서 왜 더 잘해주지 않았을까?

이별하는 순간이 오면 늘 울면서 자기 때문에 아프지 말라면서..그냥 날 아프게 안하려면 너가 날 사랑해주면 되는거였는데 왜 하지 않았을까?

정말 날 6년이라는 세월동안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난 너에게 단순히 연인이 아닌 친구였나?


너무 아프고 너무 보고싶고 너무 사랑하지만 난 너에게 돌아가지 않을것이다. 널 통해 퍼주기만 하는 연애는 옳지 않으며 끊어야 할때 끊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늘 자기중심적이였던 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 위했고, 늘 나 자신보다 널 위했던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위해하며 이별을 받아들였다.

악담을 퍼붇고 싶지만 여전히 널 사랑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싶지 않아서 속으로 누르고있다. 

난 누군가를 사랑하면 덜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데 앞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너가 너무 보고싶은데 보고싶지않다...


잘 지내 정말 너무 엄청 진심으로 사랑했어 평생 잊지 못할거야 잘 지내




평소 하는 커뮤니티가 여기밖에 없어서 그냥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어 주저리 주저리 쓴걸 올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2 Comments
LjQVavsC 2022.03.18 18:23  
[@DtfouTk3] 고마워요!! 고생한만큼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하네요
GX7UOiXs 2022.03.19 19:10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하지말고 빨리 다른 사람 만나라.. 그게 제일 빠르더라. 시간이 지나도 아픈건 똑같음. 그 아픔에 무뎌질 뿐. 그리고 글 저렇게 남기는 거도 안좋은거임.. 찾아와서 보게 될꺼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마인드는 사람사는거 똑같다는거다. 군대처럼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는 일이다 생각하렴. 일하고 있는거면 다행인데 취준생이면 조금 걱정이네.. 걔 생각하다 2년정도는 금방 날아간다. 취준이면 몸 쓰는 일이라도 바로 시작하는 걸 추천할께. 댓글로 마음 빨리 추스리고 이 글도 지웠으면 좋겠다. 못찾아보게.. 수고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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