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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여친 결혼 후기

vDR9OsfW 12 727 11

이제 서른 중반이다

다음달 말쯤이면 만나이 대통합된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달라지는게 뭔가 싶다.

이전에 구여친이 결혼했다는 개붕이다(글 찾기 어려운데, 장거리하는 도중 여친 임신해서 결혼했다는.)

글쓰고나서도 지울까 말까, 혹시나 어떤 경로든 구여친이 이글을 보게 될까하고 나란 병1신은 그런일을 당해도 끝까지 

뱃속의 애는 잘못이 없지 않냐고 자기 합리화하다가 일도 바빠서 불안증세가 공황이랑 같이 왔었는데

지금은 나름 극복하면서 주말에도 여러가지 이것저것 등산도하고 러닝도하면서 혼자 시간보내기를 하고 있다.

막상 결혼해버리고 남의 여자가 이미 됐지만, 결혼식이란걸 해버렸다고 하면 그 이후에는 뭔가 후련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허망한 감정이 맴도는 시기가 와서

평생 입에도 못대던 술로 보내던 날들도 꽤 있었다.


그러다가 차라리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줄걸, 

이전에 봤던 영화 <스물>에서 김우빈이 했던 대사 중 “내가 너 존나 사랑했는데 나만큼 사랑해주는 사람 못 만날거야”라고

길거리에서 사람들 보는데 쪽팔리게 윽박이라도 질러줄 걸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이나 하면서 딸이나 잡고 있다.


그 이후에 다른 연애를 해보려고 노력도 하고 친구들한테서 들어온 소개로 여러명 만나기도 해봤는데, 

그런 일이 일어난 뒤로는 여자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믿어지지가 않더라 제대로 만나기도 전에 또는 만나기로 하고 나서 구여친이랑 비슷한 행동을 하면 

그저 무슨 정신병자 새끼마냥 얘는 이럴거야 저럴거야하는 온갖 망상이 들어서 그냥 놔버렸다.

정말 좋은 사람이 떡하니 나타나서 이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이 든다고해도 그 사람 입장에서 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런 사람으로 느껴질까하고

되려 내가 나를 포기하게 되는 그런 일이 반복되는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뭐 그냥 편하게 여자 만나는건 놔버리고 일 열심히하고 자기계발에나 더 충실하려고 한다.


개붕이들이 원하는 후기가 이런거였을지는 모르겠고, 그냥 어딘가에 이일을 속시원하게 말하고 싶은데

그럴수 없는 현실에 익명으로라도 몇자 적어봤다.


시1발 오늘도 무슨 일하다가 갑자기 엘리베이터에서 본 무슨 글자하나 떄문에 걔가 생각나서 괜히 마음이 허하더라 


예전에 연애프로그램 같은거에 고민 상담이랍시고 사연 나오는 거 보고 있으면, 떡 하니 답나오고 누가 잘못했고 니가 잘못했으니까 그런거지라고

스스로 명쾌하다, 저런애들은 지가 그러는지 알고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내가 병1신이고 호구였었던것 같다.

나중에 어떤 좋은 일이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으려고 이런 큰 시련이 오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제 얼추 반년정도 지나고 있으니 그만 세월 낭비하고

내 인생에 더 집중해야겠다.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개붕이들도 올해 이루려고 했던 일 다 이루면 좋겠다.


요약 : 구여친 장거리중에 딴놈이랑 임신함

         결혼 엔딩

        후폭풍 심해서 공황옴

        약안먹고 개기다가 현타와서 6개월 시간 낭비

        연애 놔버림(올해 한정)

        시’발 개집 포에버 

    



12 Comments
jk3bPk1x 2023.05.11 19:37  
형님 시간이 약일겁니다. 일단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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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DR9OsfW 2023.05.11 19:38  
시발 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해주고 좋은 말 해줬던 개붕이들 올해 잘 지내라 다음주부터 초여름 날씨 온다니까 건강들 잘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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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8THWZuD 2023.05.11 19:43  
얼른 연애해
나중에 누워서 입으로 받고있으면 이건 기억도 안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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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RXDahz 2023.05.11 20:10  
아무리 좃같은것도 시간이 흐르면 다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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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3mKtss 2023.05.11 21:49  
개좆같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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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peusP 2023.05.12 09:10  
와 자살 안마렵냐?ㅡ.,ㅡ;;; 나라면 남자새키 찾아갔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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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h4Y0rR 2023.05.12 09:36  
하루키의 소설중에 [기사단장죽이기]와 다른 단편 하나(제목이 기억 안남 ..)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정을 저지른 아내의 그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등을 돌리고 여기저기를 떠돌며 공허하게 지내는 그런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고개를 돌리고 살다가 어느날 주인공은 누군가가 자신을 추적한다고 느끼거나,
홀로 있는 호텔방에서 누군가 이유없이 문을 두드리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기서 주인공은 깨달아요,
'아 나는 분노했어야 했구나 .. 분노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으니 내 안에 있는 내가 너무 괴로워하다 이렇게 호소하는 거구나 ..'
형님의 글에서도 비슷한 게 느껴졌어요
'차라리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줄걸' 에서요

형님 너무 힘드셨겠습니다, 형님의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나마 글로 적으시고 감정을 표현하신 것에 참 존경의 마음도 듭니다
아울러서 무덤덤하게 쓰셨지만 형님이 어떤 사람인지 글 군데군데에서 보이기도 해요, 괜찮은 사람이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형님, 이제는 스스로를 좀 돌봐주십셔
지금 글로 적으신 것도 너무 잘하신 행동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도 스스로를 돌보는 데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 했어야 했는 분노는 형님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 못하고 억압하고 외면하고 하셨기에 지금도 조금 마음이 어려운 부분이 있으셨던 것 같아유

앨리베이터에서 본 글자 때문에 허한 마음까지 드셨다는 부분에서 .. 너무 저도 그런 적이 많았어서 형님의 괴로움이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사랑이 괴물 같을 때가 있더라구요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다가도 풀숲에 숨어있다가 불쑥 튀어나와 갑자기 날 공격하는 그런 괴물이요
그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기표들이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이고 괴롭히곤 하더라구요
비슷한 이름, 그 이름이 들어간 간판, 서로 주고 받았던 말, 같이 얘기하던 음악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땐 참 좋았던 것들이 지금은 딱 그만큼 고통으로 돌아오다뇨

형님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사랑에서 받은 상처들이 있는데 결국 그걸 그 상처를 이겨내게 하는 것도 사랑이더라구요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는 상처도 사랑도 전부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극복해낸다는 건
내 안에 괴로운 것들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때려도 보고 만져도 보고 해서 그걸 최대한으로 이해한 다음에 다시 내 안으로 집어넣는 일련의 과정
이지 않을까요 ..
언젠가 이 사랑 때문에 다시 무지하게 힘들수도 있겠지만, 다시 해봐야죠

결국은 좋아하는 마음은 그만큼 힘들게 만들지만,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도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글자 몇자 주고받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감히 형님이 덜 힘드시고 앞으로는 괜찮아졌음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날씨가 참 좋습니다 형님, 좋은 날씨에 사람들의 옷차림도 표정도 가볍고 좋아보여요
형님에게도 그런 좋은 기운들이 깃드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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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V8UNx5h 2023.05.12 10:11  
나도 3년간 만나던 여친이 있었는데 학교 선배라고 소개하던 남자새끼가 쌔했는데 결국 그놈한테 환승을 해버렸고
얼마안가 결혼하더라고, 결혼하고 후련할줄 알았는데 개붕이처럼 공황처럼 힘든시간을 보냈고
 
1년인가를 시간을 허비하면서 어느정도 괜찬아 졌구나 생각들떄, 딸을 낳아서 애 엄마가 된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패닉이 왔는데
결국 답은 시간인듯함...

그러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 그 감정이 그 힘듬이 아예 사라진건 아니고 딸꾹질 처럼 불쑥 찾아와서 조금 괴롭히다가 이내 사라지곤함
하지만 그때처럼 숨막히게 힘들거나 아프지 않고 그랬구나 싶으면서 넘어가기도하고, 그때 계산적이지 않게 순수한 마음으로 연애한 내 모습이 그립다는걸 알게된 후 많이 괜찬아짐

힘내 개붕아, 타인의 위로는 순간이지만 본인이 본인을 아끼고 사랑하면 지속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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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SWw6BP 2023.05.12 14:04  
그때 그 형님이구나
그 샹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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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WUeZT 2023.05.12 15:55  
충분히 뭣 같은 상황이고 힘들수있겠지만
결국 남자든 여자든 그냥 새로운 이성 생기면 해결됨
본인 스스로가 자꾸 자기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들어갈수록 헤어나오질 못함

엘베에서 뭘 보고 생각 난다는둥, 새로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의심병이 심해졌다는 것도
본인 스스로가 자꾸 그런 프레임을 짜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거 일수도

힘든 감정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런 시간은 본인에게 낭비일 뿐이라는거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탓(그사람 탓은 맞음),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갈 가능성이 큼
그냥 현실을 명쾌하게 받아들이고 멘탈 정화 시키고 새출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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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X0zt1Wp 2023.05.12 15:58  
형님 꼭 형님이 전여친 사랑했던것보다 더 많이 형님 사랑해주는 사람 만날수있을겁니다 그런거로 치유하는게 사랑이고 인생아니겠습니까 힘내십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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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oZ9Tki 2023.05.15 21:53  
사랑합니다 형님 힘내십쇼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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