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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자살했다. 나도 초등교사다. 올해까지만.

BeluS73n 33 1159 25

https://gezip.net/bbs/board.php?bo_table=humor2&wr_id=7220507&page=2


우리 집안은 초등교사 집안이다.


우리 엄마 아빠도, 사촌들이나 친척 어른들 절반 정도가 교사거나 교육계에 종사한다.


내가 임용 합격하고 정교사 자격증을 받은 날이 떠오른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여서, 내가 무슨 가업이라도 물려받은 것마냥 우리 집에 선물 사들고 모여서 밤새 아이들을 더 사랑하는 방법, 다루는 방법, 교장 교감에게 잘 보이는 방법 등등을 전수하면서 웃고 떠들었던 날이.


그런데 이제 입시에 뛰어드는 10대 조카들에게 어르신들 누구도 교대 입학이나 교사의 길을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항상 개집이나 눈팅하는 커뮤니티에 초등교사 관련 글이 올라오면 열심히 댓글 달거나, 추천이라도 누르면서 우리도 힘들다고 그랬다. 알아달라고 떼썼다. 이러다가 내가 내 직업을 싫어하게 될까봐. 혼자 힘든척 하지 말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4시반 퇴근에 방학 개꿀인데 비틱질하지 말라는 비아냥에도 열심히 댓글 달았다.. 내가 못 버틸 것 같아서.


근데 이제 더이상은 못하겠다.. 6학년, 13살.. 내 나이의 반에도 까마득히 못 미치는 우리반 그 애. 그 아이가 새로운 사고칠 거리를 발견하고 웃는 눈을 볼 때마다 나는 공포에 질린다. 교사 아닌 이들에게는 '동심'이나 '장난기'라고 읽히는 그 눈빛 너머에 아른거리는 그 애 엄마와의 통화가 미리 보인다. 

본인 자식이 친구 목에 커터칼을 들이밀어도, 집에서 손도끼를 가져와 짝꿍 사물함에 박아놓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려도, 저녁에 학교 문을 따고 들어와 다른 아이 교과서에 불을 붙여도 어미는 자식이 사랑스럽나보다.


"우리 아이가 왜 그랬는지는 생각해 보셨나요?"  그게 재밌었대요. 장난이었대요.


"그래서 저한테 사과라도 받고 싶으신건가요?"  아니요.. 저도 눈 감고 모른척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돈받고 하는 일이 이거잖아요..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네.. 차라리 학교로 찾아오셔서 죽도록 저를 패주세요. 그럼 제가 병가를 내도 아무도 뭐라고 못 하겠지요..


"담임선생님에 대한 컴플레인은 교장실로 하나요, 교육청으로 하나요?" ...


"교육청 전화번호좀 알려주세요." ...


"선생님은 애 키워보신 적 있으세요? 네. 참 똑~부러지게 크겠네요~"


나에게도 기대하는 가족이 있다. 나도 보란듯이 우뚝 선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소식과 함께 나도 같이 무너졌다. 아니.. 이미 무너져 있던 걸 오늘 발견한 건지도 모르겠다.


자살한 신규선생님을, 고인이 된 2000년생 어린 선생님을 조롱하는 댓글을 봤다. 

"MZ세대 교사가 곱게 자라서 애새끼 하나 못이겨먹고 빌빌거리다 제 분에 못 이겨서 복수하려고" 교실에서 죽었단다. 전에는 이런 글을 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런데 오늘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냥.. 이딴 것도 직업이라고 자랑스러워했던, 선생님이란 호칭에 가슴 벅차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이딴 식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던 내 부모님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저번에 댓글로 누가 나한테 그러더라. 꼬우면 관두라고. 그래. 내가 관둘게.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이건 담임교사가 학기중에 그만두면 그 자리를 새로운 담임 교사가 채우게 된다. 학급이 해체되고 문제 아동이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완벽히 새로운 희생자 하나만 추가된다. 이번에 돌아가신 선생님도 담임교체로 인한 그 '새로운 희생자'였다.

나는 그 새로운 담임은 도저히 못 만들겠다. 이번 학년도까지만 마치고 나는 관둔다. 내가 할 수 있는 반항은 딱 거기까지다. 이후 뭘 할지는 모르겠다. 

그 아이와 부모는 중학교에 올라가서 새 선생님을 만나겠지.


오늘 그 아이의 생활 통지표를 다 작성해서 프린트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절대 부정적인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 

나를 새벽 2시가 넘어도 수면유도제나 술 없이는 잠들 수 없게 만든 그 아이의 이번 학기 행동발달특성 특기사항은 다음과 같다.


<매사에 활발하고 웃음기 넘치는 분위기가 매력적임.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표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며, 학급 내 대부분의 활동에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참여함. 놀이 활동을 할 때 자신만의 규칙을 세워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드는 모습에서 리더십이 엿보임.>


Best Comment

BEST 1 m7JaFO8c  
익명에 머물기엔 정성글
BEST 2 xd9Hc273  
[@C1pEUitd] 제가 아무리 심한 말을 써도, 교장선생님께 결재 올라가기도 전에 커트됩니다. ㅎㅎ 결재 구도 때문에 가능할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결재가 나고 1학기가 끝나면 통지표를 학부모에게 보내는데, 거슬리는 한 마디라도 있으면 학교를 뒤집어 놓으시겠지요.. 응원하시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BEST 3 IGM2ecOe  
쓰신 글 한줄한줄이 되게 무겁네여 ......... 숨이 턱턱 막히네 ...

이 사건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그 아이와 학부모가 누군지 밝혀지며, 그 학부모에 대한 세상의 지탄이 쏟아지고, 그 초등교사에 대한 소위 '추모'가 크게 일어도,

돌아가신 분은 돌아오지 않으시며,
이 사건으로 형님처럼 소진되어버린 사람 또한 다시 타오르지 않을 것이며,
설령 교권추락에 대한 담론이 다시 형성되며 예전처럼 '애들을 패야 한다'는 문화가 다시 형성되면,
그 또한 악영향을 줄것이며,

지금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하 예전처럼 줘 패야 말을 듣지'라고 한다 한들,
물론 패면 말은 듣지만 그건 또다른 악을 만드는 것이 될테고,
적당한 체벌이면 좋겠지만 다같이 부족한 인간끼리 부대끼며 사는 사회에서 적당함이란 헛된 망상에 불과할것이고,

형님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
형님이 어떤 선생님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님의 글에서 어렴풋하게 '이런 선생님이 많아야할텐데'같은 생각이 드네요 ...

부디 이런 사건이 단순한 재해인 것이고 .. 그 재해가 형님을 피해갔음 좋겠네여 .. 그렇게 오래 교사 하시면서 좋은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을텐데 ...

형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조차 없네요 .........
33 Comments
SYO9aksc 2023.07.20 02:03  
뉴스에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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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pEUitd 2023.07.20 02:05  
고생많았어.
시발부정적인부분도 신랄하게 써줘. 개새기 좆같은 쒸발럼한테도 칭찬으로 가득한 기록부를 써줘야하는게 현실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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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9Hc273 2023.07.20 09:25  
[@C1pEUitd] 제가 아무리 심한 말을 써도, 교장선생님께 결재 올라가기도 전에 커트됩니다. ㅎㅎ 결재 구도 때문에 가능할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결재가 나고 1학기가 끝나면 통지표를 학부모에게 보내는데, 거슬리는 한 마디라도 있으면 학교를 뒤집어 놓으시겠지요.. 응원하시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ON7cTHmc 2023.07.20 02:06  
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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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yjEzif 2023.07.20 03:25  
내친구도 초등교사인데 진로 잘못정했다고 존나 후회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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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JaFO8c 2023.07.20 03:50  
익명에 머물기엔 정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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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r7whS4 2023.07.20 08:07  
진짜 교권너무 떨어졌다

그냥 개처맞아야한다 처맞을떄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애들이 기어오르는건 학부모 영향이 제일크다

본문에도 적혀있지만 진짜 개빡칠것같다 뇌가 없는 학부모가 너무많다.

나도 자녀가 있지만 만약에 사고를 치더라도 사과와 반성을 제대로 알려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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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c9KmT 2023.07.20 12:20  
[@NIr7whS4] ㄹㅇ 중간이 없다니까

지금 은퇴한 선생들 교권 잘못쓴덕에

이제 일하고있는 20 30 선생님들은 어렸을때 온갖 ㅂ신같은 선생들한테 개쳐맞아

이제 일좀 해보려고 하니깐 교권 ㅈㄴ 떨어져서 가벼운 훈육도 못해서 어린 애들한테도 개쳐맞아

위아래로 ㅢ벌 피해란 피해는 20 30이 개쳐맞는중 ㅋㅋ

50 60 도움되는게 하나도 없다니까 ㅂ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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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oi2j1X 2023.07.20 08:07  
난 대학강사인데 초등, 중등 교사들 존경스럽니다. 나도 처음에는 교육자라는 정체성으로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교류했는데 어느덧 성인학습자란 핑계로 교육내용을 벗어난 대학생활, 진로 고민 등등은 일절 상담 안 하고 있음
대학마다 다르지만 몇몇 대학은 출강나가면 수업시간에 이어폰 끼고 지들끼리 폰게임하더라. 그런 학생들 지도하지 않고 그냥 F줄 수 있는 내 직업이 참 감사하면서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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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nAU3hp 2023.07.20 08:43  
라떼는 초등교사만큼 쉬운게 없었는데... 교권 천하무적 ㅋㅋ80년대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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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Tlz2uP 2023.07.20 08:58  
어차피 그만둔다면 생기부 조지면 안됨?
이번학기는 어쩔수없다치고 연말결산때 조져주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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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9Hc273 2023.07.20 09:24  
[@d6Tlz2uP] 제가 아무리 심한 말을 써도, 교장선생님께 결재 올라가기도 전에 커트됩니다. ㅎㅎ 결재 구도 때문에 가능할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결재가 나고 1학기가 끝나면 통지표를 학부모에게 보내는데, 거슬리는 한 마디라도 있으면 학교를 뒤집어 놓으시겠지요.. 응원하시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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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gXVF88 2023.07.20 09:04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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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2ecOe 2023.07.20 09:10  
하 너무 먹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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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2ecOe 2023.07.20 09:17  
쓰신 글 한줄한줄이 되게 무겁네여 ......... 숨이 턱턱 막히네 ...

이 사건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그 아이와 학부모가 누군지 밝혀지며, 그 학부모에 대한 세상의 지탄이 쏟아지고, 그 초등교사에 대한 소위 '추모'가 크게 일어도,

돌아가신 분은 돌아오지 않으시며,
이 사건으로 형님처럼 소진되어버린 사람 또한 다시 타오르지 않을 것이며,
설령 교권추락에 대한 담론이 다시 형성되며 예전처럼 '애들을 패야 한다'는 문화가 다시 형성되면,
그 또한 악영향을 줄것이며,

지금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하 예전처럼 줘 패야 말을 듣지'라고 한다 한들,
물론 패면 말은 듣지만 그건 또다른 악을 만드는 것이 될테고,
적당한 체벌이면 좋겠지만 다같이 부족한 인간끼리 부대끼며 사는 사회에서 적당함이란 헛된 망상에 불과할것이고,

형님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
형님이 어떤 선생님인지는 모르겠지만 형님의 글에서 어렴풋하게 '이런 선생님이 많아야할텐데'같은 생각이 드네요 ...

부디 이런 사건이 단순한 재해인 것이고 .. 그 재해가 형님을 피해갔음 좋겠네여 .. 그렇게 오래 교사 하시면서 좋은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을텐데 ...

형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조차 없네요 .........
xd9Hc273 2023.07.20 09:34  
[@IGM2ecOe] 감사합니다. 정말 큰 위안이 되는 댓글이네요.. 말씀하신 체벌에 관한 딜레마에 대해, 언젠가는 내가 그런 담론을 초월하고 체벌보다 인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교육 능력을 갖춘 교사가 될 것이라 믿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교사로서 저는 여기까지지만.. 언젠가 능력있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제 후배들을 위해, 얼마 태어나지도 않아서 너무 귀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님처럼 생각해주시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GYhSMuBZ 2023.07.20 09:44  
힘내세요 저는 중등교육에 있는 사람이지만 어린애들 대하는게 100배 더 힘들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간 견뎌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하나 죽어야 문제점을 제대로 보는척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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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d9Hc273 2023.07.20 14:03  
[@GYhSMuBZ] 중등교육도 말 못하게 힘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PygO6LbW 2023.07.20 10:00  
부모들이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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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0CDzSM 2023.07.20 10:00  
생기부에 써놓은 글이 왜이렇게 슬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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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EVX1Bwe 2023.07.20 10:04  
이걸 다 읽었어? 진득한 개집러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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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QvBVWK 2023.07.20 13:19  
[@7EVX1Bwe] 저거도 못읽는 네 수준을 탓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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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EVX1Bwe 2023.07.20 14:44  
[@URQvBVWK] 안읽은거야씹새야
od8nXtf6 2023.07.20 13:41  
[@7EVX1Bwe] ㅉㅉ 븅신새끼
7EVX1Bwe 2023.07.20 14:44  
[@od8nXtf6] 좆까씨팔럼아
MoIvzl4x 2023.07.20 22:04  
[@7EVX1Bwe] 병.신 ㅋㅋ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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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LESWch 2023.07.20 10:22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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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w8ifmC 2023.07.20 11:48  
체벌을 없앴으면 진작에 그에대한 장치를 마련했어야되는데 지금이라도 개선해서 강한 징계 및 퇴학 활성화 시켜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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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1tg5He 2023.07.20 13:08  
여자친구가 초등교사인데 그러더군요.
악질 하나 잘못만나서 고소당하면 바로 때려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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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buNB2 2023.07.20 17:28  
3선의원 파워 실제로 작용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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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FmTy0i 2023.07.20 18:10  
우리 누나 초등교사인데 지금 우울증에 불안장애가 심하다
괜히 마음이 미어지네
전화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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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vzl4x 2023.07.20 22:09  
저도 중등교사입니다..
참 ㅈ같고 슬픈 현실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감도 안잡힙니다 ㅋㅋ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떤 직업으로 어떻게 지내실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 부디 남은 2학기 스트레스 덜 받으시고 홀가분하고 무탈하게 마무리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같은 교사로써 할 말은 아니지만,,
그만 두는 마당에 ㅈ같은 학생이나 학부모한테 개지랄 씹사이다 조금이라도 맥일 수 있길,,
마지막 말은 그냥 제 대리만족으로 쓴거니 안 읽었다 치셔도 됩니다 ㅋㅋ
bGGvqPzM 2023.07.20 22:55  
와이프가 초등교사라 그 마음 백번 이해합니다..

국회의원들은 그나마 이제 교권침해 다루는 분들이 소수로 있긴 한데

총선을 앞두고 학부모편만 들으려고 교사들은 여전히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교장, 교감도 예전 라떼 시절이라 다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무슨 일 터지면 질병휴직 써서 보내고

담임교체만 하는거나 봤는데요.

 꿀빨던 새끼들이 오히려 규제에 힘들어하는 젊은 교사 하나 커버쳐주기 싫어하는 그딴 모습에 화만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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