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취미 > 취미 > 독서
취미

자서전 제목 기차

냥냥이 1 323 0 0
타야만 하는 기차가 있다한다.

승강장에 늘어 선 줄은 매우 길다. 다들 후미쪽 객차보다 선두쪽에 타고싶어 하는 눈치다.
줄의 선두에 서려면 몸싸움을 잘해야 한다. 땀도 많이 날것 같다. 땀에 젖는건 질색이다. 어렴풋한 가늠으로 지금 이 자리에 기다리면 선두는 아니라도 적당히 괜찮은 객차에 탈수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해본다.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이 곳 승강장은 너무 덥다. 불쾌하다. 저기 기차역 밖 그늘에서 놀고 있는 또래들이 보인다. 생각보다 많다. 
잠시 다녀와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저 아이들도 어차피 줄을 설것이다.
잠시 나갔다가 적당할 때 빠르게 달려와서 줄을 서야겠다고 생각한다. 달려본적도 있고 나는 생각보다 달리기가 빠른편인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다.

기차 출발 예정 시간이 가까워오자 아이들은
하나,둘 그늘을 벗어나 찜통같은 기차역으로 향한다. 나는 땀 나는건 질색이다. 어차피 선두객차로 가기엔 늦은것 같고 기차 중간쯤에 있는 넓은 객차는 아직 여유가 있는것 같다.좀 더 있다 가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근거는 없지만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만만해 보인다.

시계를 보니 너무 늦어버렸다. 
줄을 서지 않고 달려서 기차에 올랐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굳이 땀흘리며 줄설 필요 없다는 마음이 크게 번진다. 몇번 달려본 경험으로 달리기에 대한 자신감은 충만을 넘어 맹신에 이른다.

경적이 울리고 기차가 출발한다. 
슬슬 기차역으로 가볍게 뜀박질 해본다.
땀이 조금 난다. 기차는 탄력을
받지 못해 아직 속력이 느리다.
달리고 있는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기차의 후미쪽은 앞지른거 같다.
넓은 객차까지 달리기엔 너무 숨찰 것 같다. 일단 지금 보이는 칸에 올라 숨을 고르고 넓은 칸까지 이동하기로 한다. 

이 칸은 통풍이 안된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숨 쉬는게 불쾌하다. 이 객차에선 앞으로 이동하는것 마저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일단 비집고 들어가본다. 땀이난다. 서로 엉퀴며 서로의 땀이 묻어난다. 찝찝하다. 옷에서 슬슬 냄새가 난다. 통로 칸이 보인다. 아까 본 넓은 칸까지 몇번이나 반복해야할지. 한숨이 세어난다.

이번 객차의 통로칸은 열쇠로 잠겨있다.
기차표를 나눠줄때 열쇠도 같이 나눠준듯 하다.
주먹으로 유리문을 깨부술 자신은 없다.
창문밖으로 아직도 기차를 따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 사람들이 기차에 오르지 못할까봐 걱정이 들었다.


오도가도 못하고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넓은 칸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저 사람.
힘껏 뻫은 팔이 객차에 닿지 못하자
이제 나는 내심 이상한 안도감 마저 느낀다.
커브길에서 기차의 속도가 조금 줄었다.
저 사람의 팔이 닿았다.

저 사람만큼 달릴수 있는가,
기차의 속력이 얼마되는가 고민중이다.
커브길이 하나 더 나왔다. 고민하는 새
한명 더 닿았다. 기차에서 뛰어 내려
달려야 한다. 만일 커브길이 안나오면 어디까지 추락하게 될지 가늠 중이다. 한명 더 닿았다.
나라면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다.
뛰어내려서 달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것 같다.
달리고 있는 사람이 아까보다 많다.
멀리 커브가 보인다. 전력질주로 힘빼는것 보다 
요령껏 손만 잘 걸면 덜 힘들게 탈 것 같다는
미친 생각을 하며 달리고 있다.

커브다. 나는 못탔다.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못 걸었다고 손가락 탓을 한다.
커브다. 못탔다. 이번에는 객차문이 불량인것 같은 기분이다.
커브다. 진심으로 전속력으로 이 악물고 달렸다.
근데 못탔다. 핑계거리가 없어서 그냥 울면서 뛰고 있다.


기차는 탄력을 받으며 나를 두고 가려 한다.
그냥 하염없이 뛰고 있다. 이제 돌아가면 두번 다시 여기까지 못온다.
커브다. 놓쳤나? 구사일생으로 옷소매가 걸려서
올라 탄다.

넓은 객차는 에어컨도 나오고 매우 쾌적하다.
선두 객차는 얼마나 호화스러울지 상상해본다.이 곳 사람들은 말끔한 셔츠에 안색이 좋아 보인다.

내 옷은 누렇게 바랬다. 안도의 한숨 뒤에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온다 내려다 보니
발톱이 다 빠져있다. 이제 잘 못 달릴 것 같다.
앉아보려 적당한 자리를 찾는와중에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다음역에서 환승을 해야한단다.

나는 사실 어디로 가고있는지 잘모른다.


어떰느 내 자서전인데

1 Comments
먹방 2021.12.11 00:12  
찰카닥으로 이동합니다

럭키포인트 3,323 개이득

오늘의 인기글

글이 없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