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취미 > 취미 > 독서
취미

세차장에서 본 火

춘몽 1 483 3 0
현수필

세차를 마치고 나와 물기를 닦아내며 기름값을 심심하게 걱정하고 있던 그 때
멀찌감치 다른 세차칸에서 40대정도로 보이는 남자의 거칠고 투박하며 공격적인 통화소리가 들려왔다. 어렸을적부터 청각에 굉장히 민감한 나는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뿌리다가 내가 여길 떠나는게 현명하다 싶어 손걸래질을 재촉할 뿐이었고, 길게 듣지 않아봐도 누군가와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는건 쉽게 인지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그 내용을 들어봤다.

아파트에 사는 그는 주차와 관련하여 마찰이 있었고 그 일로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옳고 그름을 재단하고있었던 것이다.
신고 라는 단어가 들리고 법을 운운하고 원칙을 따지며 상새방과 아주 긴 통화 끝에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한마디도 지거나 배려하려는 시도는 당연히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불쌍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어느 공간 어느 집단 그리고 하물며 가족안에서까지 비뚤어진 모습이나 유연하지못한 마음으로 법과 원칙을 잣대로 본인 스스로를 피곤하게 할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떄문이다.
작은 일에도 옳고 그름의 저울질을 하고 사소한 일에도 분개하며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는 날에는 핸드폰이 터지기 직전까지 소리를 지르고 욕을하며 뭔가를 바로잡고 본인 생각이 타당하다는걸 끼워맞추기위해 아주 긴 통화를 할 것이다.

화가났다 할 때 화는 한자 불(火)을 쓴다.
이 화를 쓸때는 남을 죽일수도 있지만 결국은 내안에 들어오게되어 나를 죽인다. 오죽하면 법정스님께서는 화를내고있는 것이 불을 손바닥으로 잡고있는것과 같다고 하셨을까.

올바르지 않은 것을 말하고 바꾸는 건 정의이자 우리의 의무이다.
그건 화 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철저히 구분해야 할 개념이다.

화가 만연한 현대사회.
화를 내면 남도 죽이지만 결국은 나를 죽인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야 할 터이다.

1 Comments
맛사냥꾼 2022.03.30 01:49  
이글은 오만하네

럭키포인트 28,154 개이득

오늘의 인기글

글이 없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