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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 감상평 + 후기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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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조커 : 폴리 아 되를 굉장히 좋게 본 입장으로서, 공감하시기 어려운 분들은 살포시 뒤로 가주셔도 좋고, 제 의견을 들어봐주시면 더 좋습니다. 설득하거나 강요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이상하게 조커2를 재밌게 봤다고 하면 좋지 못한 취급을 받아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다만 많은 대중평과 저의 의견이 다른 관계로 중간중간 의도치 않게 변호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우선 조커 1편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커 1편을 보고, 바로 이어 영화관에 들어간 입장에서, 조커1에서 제가 잡은 포인트는 "어떻게 아서 플렉이란 시민이 조커가 되었는가" 에 대한 점과, 광기가 어떻게 전염되는가에 대한 점이었습니다. 빌런의 탄생을 훌륭히 그려낸 영화라 생각하고, 미국에서 조커 상영관 경비를 강화한 것만 봐도, 조커라는 영화에서 보여준 광기의 빠른 전염성이 현실에서도 보여졌다고 생각합니다. 1편의 막바지에 조커는 하나의 종교가 됩니다. 사람들은 속이 썩은 수박의 예쁘장한 껍질을 박살내는 조커를 광기의 집행자로 여깁니다. 아서가 웃으면 멸시받지만, 조커가 웃으면 찬양받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광기의 중심이 되어가는 걸 그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조커 : 폴리 아 되는 그 역순을 밟습니다. 1편의 아서 플렉은 머레이를 추앙하며 성공적인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신을 상상합니다. 그러나 추앙은 멸시보다 독합니다. 조커 2 (폴리 아 되라 쓰기 힘들어 그냥 2라고 할게요 ㅎㅎ) 에서 조커는 추앙의 대상입니다. 사람들은 유약한 아서 플렉과 광기의 집행자인 조커를 분리시켜 생각하고, 아서에게서 조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붉은 정장과 진한 분장을 한 채로 웃으며 사회를 시험하고, 혼란에 몰아넣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심지어 관객도 우리가 아는 조커의 모습이 등장할 때 쾌감을 느낍니다. 일반화 할 순 없으니, 저와 제 주변인들과 대화했을 땐 그랬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법정에서 아서 플렉은 회색 정장을 입고, 반쯤 지워진 화장과 굽은 등을 하고 스스로의 유약함을 내비칩니다. 모두의 기대를 저버립니다. 그렇게 법정은 폭파되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인 조커를 구하지만, 조커는 추앙으로부터 도망칩니다. 그리고 조커를 사랑한 여자에게 아서 플렉으로서 버림받습니다. 멸시받는 사람들은 멸시받는 자를 추앙하지 않습니다. 멸시받는 자들의 왕을 추앙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감독이 조커 1, 2로 하여금 말하고자 한 바는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존재의 혼란스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커1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 광대라는 것만으로 아서 플렉의 모든 행동의 의도가 타인에 의해 정해집니다. 조커2에서는 조커로서의 모든 행동을 추앙하고, 아서 플렉에게 이를 기대합니다. 기대라는 키워드에서, 조커2는 조커의 농담으로서 일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농담이라 함은 항상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 코미디쇼를 보면, 사람들은 코미디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을 지점을 기대하고, 코미디언은 이를 충족시켜줍니다. 똑똑 농담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농담입니다. 


A: 똑똑

B: 누구세요?

A: 아치

B: 아치 누구요? (atch who? == 아치 후?) <- 재채기 소리와 같은 발음입니다

A: bless you!!


와 같이, A의 대답에 who를 붙였을 때, atch who? (아츄!) dejav who? (데자뷰) 와 같은 언어유희가 완성되는 클래식한 영어 농담입니다. 사람들은 이 농담에서 마지막 A의 대답을 기대하죠. A의 대답으로서 언어유희가 완성되니까요. 


그러나 1편과 2편 모두 조커의 농담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립니다. 조커는 농담을 한 적이 없습니다. 1편에서 머레이 쇼의 농담을 보시면 


A : "Knock knock" 

B : "Who's there?" 

A : "It's the police, mam.. your son's been hit by a drunk driver. He's dead"


로 끝나버립니다. 웃음 포인트로 가기 전에, 마무리 됩니다.


조커2의 마지막 농담을 보면,


A : 똑똑?

B : 누구세요?

A : 아서 플렉이요

B : 아서 플렉 누구요?


에서 농담이 마무리 됩니다. 사람들은 그 다음 대답을 기대하지만, 아서는 그저 자신이 아서 플렉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말했듯이, 아서는 농담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서의 농담은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조커는 자신의 그림자에게 패배하고, 옷을 빼앗깁니다. 마침내 극장에서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모든걸 되찾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경찰에게 맞아 죽게 됩니다. 그림자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조커의 이미지입니다. 조커가 됨으로서 따라붙은 사람들의 기대입니다. 결국 아서는 이 기대에 먹혀버렸고, 이 그림자를 버리고 아서 플렉으로 돌아왔을 때에, 칼에 찔려 죽게 됩니다. 


물론 음악이 너무 많고, 제목인 "공유정신병적 장애"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굉장히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도 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리와 공유정신병적 장애, 즉 폴리 아 되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주제와 완전히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단순히 음악이라고 보기에는 모든 음악은 앙상블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폴리 아 되를 표현하기에는 뮤지컬보다 좋은 방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짧은 식견에서는 그랬어요. 다만, 제 나름대로의 느낌으로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체험하기 좋은 방식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광기가 퍼지던 1편도 그렇고, 기대를 저버리는 2편도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히 저의 개인적 의견이고, 나쁜 평점을 주신 분들이 몰상식하다고 생각하지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영화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 Comments
똥거북 2024.10.16 10:51  
농담내용 재밌네..
사람들이 아무래도 원래 알던 조커 (다크나이트, 수어사이드) 와 다른 행보라서 비평이 많은거같음
나같은경우에도 1편이 공포스러웠는데 2편 결말에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들어서 1,2편 모두봐야 완성되는 작품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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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카 2024.10.16 12:08  
저 개인적으로는
1.  "왜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과는 상관없이 아서와 조커를 조커2에서는 계속 구분짓는가?" 가 대중에게 실망감을 줬다고 생각하고(감독의 의도였더라도요),
2. 너무 올드한 뮤지컬 넘버가 너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점,
3.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 속에 뮤지컬 넘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오히려 뮤지컬 노래의 특정 가사를 이용하기 위해
스토리를 짜맞췄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트릴로지의 경우, 1편은 서사, 2편은 전개와 절정, 3편은 마무리 라는 공식을 따르기 마련인데,
조커2에서 일반적인 트릴로지의 결말과도 같은 스토리가 전개되다 보니까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악당은 영웅적인 죽음이 아니라 하찮은 죽음이 걸맞다 라는 건 동의하지만요.
저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평을 적어봤습니다 ㅋㅋ 조커2는 실망은 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영화였냐? 개인적으론 그건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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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꽃 2024.10.16 23:25  
[@피아니카] 아랫분 의견에 달아두었지만 3번은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ㅠㅠ 음악을 채택해야 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살짝 컨셉에 의도가 먹혀버린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견 너무 감사드려요 헤헤
호오오옹이 2024.10.16 12:10  
1편과 같이 연결해보면 망상과 현실을 넘나드는게 여기서의 조커의 특성인데 1편은 마구 섞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차례차례 단계가 달라지는게 보였다면 2편에서는 단계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하는 점이 관객이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었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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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꽃 2024.10.16 23:22  
[@호오오옹이] 이 부분은 정말 동의합니다. 1편에서는 망상과 현실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표현하였지만, 추후에 "이것은 망상이었다" 를 보여주는 사건을 통해 이를 구분지었습니다. 또 망상의 주제와 결도 하나로 일축되어 관객이 조커와 함께 혼란을 겪고 무너지기 완벽한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2편의 조커는 망상과 현실의 경계가 너무나 명확하고, 망상이 노래, 심지어 올드팝의 가사를 인용하여 추상적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니 관객은 조커에게 이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망상이 말하려는 바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어서 음악이 나오는 빈도가 늘어날 수록 "아 또 노래하네" 라고 느끼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윗분이 말씀하시는 "뮤지컬 노래의 특정 가사를 이용하기 위해 스토리를 짜맞추었다" 부분도 이 점에서 생긴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래서 2편이 괜찮았지만, 1보다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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