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예수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살았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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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05:44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는 1917년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나 1942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산미구엘 교구장으로 임명, 77년에는
산살바도르 대교구장이 되었다.
당시 엘살바도르는 경제적으로는 '종속이론'처럼 세계 중심부 국가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주변부 국가였고, 정치적으로는 군사정권의 독재
정권 하에 있었다. 사실 그는 처음에는 엄청나게 보수적이었고, 솔직히 시쳇말로 표현해 개새끼였다. 77년에 대교구장이 되었을 때 군사정
권은 자신들의 친구가 대교구장이 되었다고 엄청나게 좋아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가 마음을 고쳐 먹게 된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친구이자 동료였던 한 신부의 사망 때문이다. 당시 로메로 대주교의 친구이자 동
료였던 신부는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투신해 독재정권 타도에 앞장 섰는데 그런 그가 독재정권에 암살 당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로메
로 대주교는 본인이 직접 독재정권에 항거하기 시작한다.
그는 교회에 운동권 인사들을 숨겨주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들을 위한 기도를 계속한다. 이런 그의 삶을 해방신학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재산으로 여기는데, 사실 로메로 대주교는 해방신학자는 아니었다.
해방신학은 예수의 생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가 한 행동이 억압으로 부터의 '해방'이었고 인식하는 신학이다. 그래서 이들은 신학
내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 수용한다. 유명한 해방신학자는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혼 소브리노 등이 있고 한국인 평신도 가톨릭 신학자 김근수는 혼 소브리노의 유일한 아시아계 제자이다.
아무튼 로메로 대주교는 좌익과의 연대도 반대하였고 오로지 신앙으로, 옳은 것에 대한 마음으로 항거한다.
로메로 대주교가 정말 대단한 것은 그의 행동도 있지만 죽음 앞에서의 모습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로메로 대주교는 피살 당했는데 사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을 알고 있었다. 독재정권이 로메로 대주교 피살을 계획 한다는 정보를 로마 교황청이 입수했고, 교황청은 즉
시 로메로 대주교에게 바티칸으로 도망 올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로메로 대주교는 거부하고 엘살바도르에 남아 있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라디오 방송에서 "나를 죽일 누군가에게 말합니다. 그대는 나를 죽이겠지만, 나는 당신을 미리 용서하
겠습니다. 세상으로 나오십시오. 교회는 당신들을 사랑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원래 그러한 것입니다." 라고 말하고 몇 일 후에 총에
맞아 죽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이 되고 2015년 로메로 대주교는 복자가 된다. 가톨릭 내부에서 시복과 시성은 순교자들에게만 해당이 되는 것인데 로메로 대주교
는 정치적인 이유로 죽었으니 시복이 열려서는 안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죽음을 순교로 선포했고 시복식이 열렸
다. 그리고 올해에는 다시 시성식이 열린다. 이제 로메로 대주교는 성인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남미인이라는 것과 해방신학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겠다.
로메로 대주교의 삶과 죽음은 단순히 가톨릭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세계 곳곳에 양심 있는 모든 종교인들은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과 그의 삶에 존경의 표
현을 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노벨상 추진도 있었다.
로메로 대주교의 삶과 죽음은 비종교인에게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썼습니다.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희망의 예언자 오스카 로메로'라는 책 한 번 읽어 보세요. 해방신학의 대가 혼소브리노의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
이자 몇 안되는 한국 해방신학자 중 하나인 김근수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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