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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분신사바 or 위자보드 1 - "춘향이놀이"

BusterPosey 0 1328 6 0


최근의 영화들로 유명해진 일본의 [분신사바]와 서양의 [위자보드]. 둘은 모두 공통적으로 혼령을 끌어내서 질문을 하는 형식의 일종의 강령술 놀이입니다. 강령술(降靈術, Necromancy)은 점의 목적을 위해 망자의 영혼을 불러 오는 마술의 형태라고 정의되지요.

사실 우리에게도 널리 분포하던 강령술놀이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런 문화는 70년대 박정희시대에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미신타파'로 묶여서 사라져 버렸지요. 일제강점기와 더불어 대표적으로 많은 전통이 사라졌던 이 시대의 문화를 최근들어 하나둘 복원하는 연구자들의 시도가 있습니다. 

그 하나가 오늘 소개하는 우리의 전통 강령술인 [춘향이놀이]와 [꼬대각시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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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심층적으로 연구된 2014년에 발표된 [‘춘향이 놀이’의 무속적 연원과 세시놀이로서의 의미]라는 논문을 우선 발췌해 소개보겠습니다(문체는 필자가 고칩니다).

‘춘향이 놀이’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주술적 강신 놀이로, 충청도의 ‘꼬댁각시 놀이’와 강원도의 ‘봉아봉아 천지봉아’ 놀이와 놀이 방법이 매우 흡사합니다. 정월 보름을 전후하여 부녀자들이 방에 모여앉아 춘향이 신이 내리기를 기원하고, 신이 내리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논다는 이 놀이는 놀이방법에서 이미 무속과의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 (1940)에 기록된 ‘춘향전 살풀이굿’을 통해 춘향이 놀이가 무속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이와 함께 놀이의 구조가 ‘청신-강신-오신-송신’의 전형적인 굿의 4단 구조를 보이는 것 또한 춘향이 놀이의 무속적 연원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창극사]에 따르면 "춘향전이 무속적 근원설화에서 유래했다는 점 등에 주목하여 판소리의 직접적인 기원을 전라도의 무녀의 굿으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선창극사 (1940)

그리고 춘향이 놀이를 하는 목적으로, 잃어버린 물건을 찾거나 혼인 날짜를 물어보기 위해 놀이를 행하였다는 주술적 특성을 띄고 있는 자료가 있는가 하면, 단지 노래 부르고 춤을 추기 위해 놀이를 행했다는 자료로 이분화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볼 때 춘향이 놀이는 애초에는 강신 주술적 성격의 놀이에서 출발하여, 이후 전승되는 과정에서 주술적 성격은 약화되고 오락적 성격이 강화된 방향으로 전승되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춘향이 놀이가 정월에 부녀자들이 노는 놀이라는 측면에서 강강술래와 더불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세시놀이적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15~19세의 미혼여성들로부터 젊은 부녀자들까지 대부분 놀이의 주체는 여성인데, 지역적 사례에 따라 ‘춘향이 놀이’를 할 때 남자가 방안에 들어오면 가운데 앉아 신이 내린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성들은 금기시되는 놀이입니다. ‘춘향이 놀이’는 여성들의 놀이이지만 동시에 아주 위험한 놀이이기도 했습니다. 

‘춘향이 놀이’가 끝날 무렵 대개는 춘향이 신을 받은 여성의 정신이 돌아오지만, 간혹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해 무당이 되거나 미쳐버린 경우도 있어서 이 놀이를 기억하는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재밌지만 무섭다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재미있지만 반면 미칠지도 모르는 놀이에 여성들은 왜 빠져들었던 것일까요.

조선창극사에 실린 글이 아니더라도, 원귀가 되어 죽은 춘향의 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춘향전을 지었다는 신원설화는 춘향전의 대표적인 배경설화 중 하나이고 보면, 소설 속 춘향이가 아닌 현실의 춘향이는 한도 많고 원도 많은 여성이었을 것입니다. 꼬댁각시 또한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삼촌의 온갖 구박을 받고 자라다가 혼인을 하지만 고자 남편에 극심한 시집살이에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만 비극적 여성이다. 춘향이나 꼬댁각시는 모두 현실 속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춘향이놀이

그럼 춘향이놀이의 구체적인 방법을 한번 살펴볼까요.
 
또는 [춘향각시놀이, 당골놀이]라고도 부르며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유래된 놀이입니다.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등 여러 지역에 널리 전해져 있는 민속놀이이며, 특히 전라북도 김제시, 충청남도 공주시와 충청북도 음성군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당골은 무당이라는 뜻입니다. 미혼의 청소년 여성만 할 수 있는 놀이였습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대체로 10여명의 여성이 방 안에서 원을 그리고 앉습니다. 
2.술래는 가운데에 앉습니다. 
3. '춘향아 춘향아'로 시작하는 주문을 외웁니다.

이 주문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데, "춘향아 춘향아, 이팔청춘 성춘향아”, 
“남원골 춘향아씨, 내립니다. 내리십시오.” 등이 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춘행아 춘행아'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는 반면에 충청도에서는 '꼬대각시 꼬대각시'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릅니다 (여기서 춘향이놀이와 꼬대각시놀이로 나뉘지요). 이외에도 지역마다 노랫말이 변형되어서 행해진다.
 
4. 술래가 홍두깨나 적당한 길이의 방망이 (약 40센티), 나뭇가지 따위를 들고 눈을 가리면 주위 사람들이 주문을 외운다는 방법도 있는데, 이쪽이 더 주술적인 성향을 띄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여기서 술래에게 '신이 내릴 때 까지' 주문을 외운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는걸로 나무 막대기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5.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다보면 술래는 마치 신이 내린 것 처럼 손을 떨거나 일어서서 춤을 추거나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술래가 진 것으로 되어 둘러 앉은 사람들에게 떡 등을 대접해야 합니다. 반대로 아무 일도 없으면 술래가 이긴 것으로 둘러 앉은 사람들이 술래에게 한턱을 내야합니다.

놀이법만 보면 술래가 질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지만, 현지 경험자들의 말로는 십중팔구는 손이 떨리게 된다고 합니다. 둘러 앉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는데서 오는 압박감과 같은 노래를 주문을 걸듯이 반복함으로써 묘한 분위기가 맞물려 최면과 비슷한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지요.  위의 당골놀이라는 이름서부터 알 수 있듯이 놀이 자체가 무당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기에 어른들에게 이 놀이를 하고 있으면 혼났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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