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점 실험으로 알아보는 우리 뇌의 신비

'맹점' 이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단어는 실제 눈의 구조에서 유래한 것인데

척추동물은 왼쪽 그림처럼 신경섬유가 망막 안쪽을 향한다.

그래서 시신경 다발이 묶이는 부분이 맹점이 되고

이곳에서는 상을 인식할 수가 없다.

반면에 오징어같은 두족류의 경우 오른쪽 그림처럼

신경섬유가 망막 바깥쪽을 향하기 때문에 맹점이 없다.

간단한 실험으로 이 맹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각자 감기 편한 아무 쪽이나 한쪽 눈을 감은 다음

왼쪽 눈을 뜨고 있다면 L을 보고

오른쪽 눈을 뜨고 있다면 R을 보자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렇다

이 상태에서 화면과 얼굴 사이의 거리를 적당히 조절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대쪽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되는데

반대쪽 글자의 상이 맹점 부분에 맺혔기 때문이다.

화면에 보이는 두 글자 사이가 10cm 정도라면

화면과 얼굴 사이의 거리가 40~50cm 정도일 때 글자가 사라질 것이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더 작게 보고 있다면 더 가까운 거리에서 글자가 사라지고

큰 모니터로 크게 보고 있다면 더 먼 거리에서 사라진다

사람마다, 그리고 화면 크기마다 이 수치는 다르기 때문에 맹점을 잘 찾아보자

잘 찾아지지 않는 사람을 위해 움짤도 있는데

오른쪽 눈을 감은 뒤

왼쪽 눈의 시선을 + 에 고정하고 기다리다 보면

빨간색 점이 움직이다가 사라지는데 그 부분이 맹점이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보는 사람은

이 움짤로 실험하면 된다.

자신의 맹점을 찾았다면 다음 그림으로 더 신기한 실험을 해 보도록 하자

중간이 끊어진 빨간 막대와 가운데가 빈 바퀴살 무늬가 있다.

막대의 끊어진 부분과 바퀴살의 빈 부분에 맹점을 적용시켜 볼 텐데

맹점을 적용하기 전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상상해 보자.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맹점은 상이 맺히지 않는 것이니까

끊어진 막대는 그대로 끊어져 보일 것 같고

빈 바퀴살은 그대로 비어있는 모습으로 보일 것 같은데...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그림을 사용하면 되고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그림을 사용하면 된다.

제대로 실험했다면 신기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끊어진 막대는 연결된 모습으로 보이고

빈 바퀴살은 가운데가 채워진 모습으로 보인다.

처음 실험에서는 글자가 사라져 보이더니

이번 실험에서는 왜 없는 형태가 생겨났을까?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시각정보를 보정하기 때문이다.

맹점에 해당하는 부분은 당연히 시각정보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맹점 주변에서 들어온 시각정보를 조합하여

맹점 부분의 상을 추리해낸다!

글자 실험에서는 글자 주변이 흰색이기에 흰색으로 사라져 보인다.

막대와 바퀴살 실험의 경우

위아래로 빨간 막대가 있으니 맹점 부분도 빨간 막대일 것이라고 추리하는 것이고

주변에 바퀴살 모양이 있으니 그 바퀴살이 가운데까지 연결된다고 추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추리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얻은 것이다.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뇌는 시각정보를 다루는 훈련을 한다.

어릴 때의 우리가 보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과 다르다.

다만 우리가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선천적 시각장애인들은 이 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술이나 이식 등으로 시력을 얻었을 때 혼란을 겪는다고 하며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50년만에 시력을 얻었다가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6개월 뒤에 

다시 시각장애인이 되는 것을 택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