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과 허상의 창작품, 초정행궁
에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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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21:07
때는 2010년대 초반..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은 국내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온갖 똥꼬쇼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 와중엔 생각보다 대담한 계획을 짜는 곳도 있었는데
바로 '청주시' 였다
청남대, 대청호, 상당산성, 천연 탄산수가
나오는 초정약수 등 나름 준수한
관광자원을 보유한 청주시였지만
뭔가 큰 한 방이 부족하던 청주시의 관광은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더 경쟁력있는 관광지를 원하는 청주시의
끝없는 욕망은 필연적이였다
그래서 한가지 본인들 생각에 기발한 발상을 해낸다
무슨 계획인데요?
내가 우리 지역 역사를 찾아보니까 무려 세종대왕님이 다녀간 행궁이 있었더라구
(행궁 : 궁궐의 한 종류. 왕이 잠시 머무는 별궁을 의미)
(과거 세종대왕은 눈병과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청주에 초정행궁을 짓고 초정약수에서 나온 탄산수로 목욕을 즐기신 적이 있다. 또한 한글창제의 마무리를 여기서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1448년, 초정행궁은 방화로 전소한다.)
이거 복원하면 개쩔지 않겠냐?
세종대왕 행사도 하고 탄산수 온천에 한옥숙박업도 같이하면..
캬 관광객 무조건 몰린다 ㅋㅋ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궁궐을 어떻게 복원해요?
현재 유력한 궁궐터 근처 9곳의 부지 확인 완료. 이후 9곳의 발굴조사 완료 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형태 재구성 및 고건축 전문가의 자문아래 전통방식으로 공사 시작...(이하 생략)
아무튼 결론...
"쌉가능"
당시 관광자원 확보에 미쳐있던 청주시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복원 사업을 밀어붙이게 된다
뭐 무모하긴했지만 초정행궁터로 유력한
부지가 이미 존재했었다
(이 부지는 조선왕실 소유인 창덕궁의 땅이였고 마침 초정약수 원탕도 여기에 있었다)
발굴조사하여 초정행궁의 유구를 찾고
발굴조사를 토대로 행궁을 고증하여 복원하는
나름 리스크가 적고 튼실한 계획이였다
그리고 당연히 여기에 빠지면 섭한
문화재청에 발굴조사를 의뢰하여 진행하게 된다
초정약수의 천연기념물 등재도 겸사겸사 노릴 생각이였다
(이미 한번 빠꾸먹었다 ㅋㅋ)
그리고 2015년, 드디어 발굴조사 결과가 나오게
된다
캬 문화재청(사실 하청업체) 성능 확실하구만~
거 이왕이면 복원하기 편하게 유적이 초정약수 원탕 바로 옆이면 좋겠는데 ㅋㅋ
자~ 그럼 확인 들어가겠습니다잉
.... 어?
놀랍게도 9개 지점 중에서 단 한 곳도
초정행궁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되지 않는
기적이 행해졌고
행복회로가 절망회로로 뒤바뀐 청주시는
그만 정신이 거하게 나가버리고 만다
이미 기본계획 용역발주부터 국비요청까지
들인 수고가 많던 청주시는
결국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하고 마는데..
(ㅋㅋㅋㅋ 일 안해도 된다 개꾸르~)
뭐 복원이고 뭐고 다 엎어졌으니 그냥 사업 때려치시죠?
이 아니라 그럼 어떻게합니까?
유적도 없고 유물도 없어서 아예 창작을 해야할 판인데..
궁궐을 '재현' 복원하는데에 초점을 맞추도록하지
진행시켜!
(공무원 때려칠까..)
궁지에 몰린 청주시는 초정행궁을 '재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바꾸어 사업을 전환하게 된다
유적이 나오지 않았으니 어쩔수 없이 궁궐을
구조나 형태는 남은 기록에 맞춰 창작하되
건축방식은 조선전기 궁궐 양식을 따라하기로 한것이다
(물론 문화재 복원이라는 측면에선 이미 끝장이지만.. )
결국 청주시는 국비를 포함한
165억 7800만원의 혈세를 퍼부어
초정행궁 재현 복원사업을 실행시키고 만다
고궁 전문가를 데려와 자문을 하는 일도 잊지않았다
그리하여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재현공사를 진행하였고
대망의 2020년 6월, 드디어 초정행궁이 개장하였다
그렇게 나온 초정행궁의 상태는..
으어어.. 나 누더기 행궁.. 관광객.. 받는다...
고궁 전문가 넌 뭐했냐?
너무나도 처참한 상태였다
일단 고증면에서 보자면 과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쉽게 말하자면 좋게보면 현대식 한옥이고
나쁘게 보면 그냥 드라마 세트장이였다..
게다가 바닥은 모래색의 콘크리트 바닥이였고
궁궐과 별 연관도 없는 족욕시설이 들어와있었다
콘크리트 바닥은 깨져서 부숴지고 있었고
건물 곳곳엔 나무에 금이 가는 상태였다...
관광자원적인 면에서도 부족했는데 행궁에 딸린 몇몇
부대시설과 한옥숙박시설이 전부였다
오죽하면 청주시에서 직접 컨텐츠 부족을 인정할 정도였다
(때문에 추가로 5억원을 들여 조선 과학컨셉으로 시설을 바꾸고, 또 18억원을 들여 세종과학관과 조선시대 과학기구를 설치해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다)
이게 진짜 궁궐인지 그냥 한옥으로 지은 세트장인지
알 수 없어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청주시의 줏대없는 사업기획과 무시당하기
일수인 자문위원의 조언 그리고 부적격한
업체의 선정까지 삼위일체였다)
일본이 두려워하고 미국이 감사하는
국뽕티비마저 거를 정도로
괴상망측한 무언가가 탄생했다
초정약수 천연기념물 등재 ㄱㄴ? ㅎㅎ
이미 초정행궁 유적이 안나온 시점에서 거의
나가리긴 했지만
이렇게 수준높게 ㅂㅅ같은 복원사업은
초정약수 천연기념물 등재 입관식에 대못을
박기엔 충분했다
겨우 완공은 시켰다..
뭐 어때 컨텐츠 부족은 차차 해결하면 되고
지금 관광객 증대 효과만 있으면 그만이야
일단 대규모 문화행사도 열고 개장특수나 함 빨아보까~
여어 청주~ 히사시부리!
그렇게 청주시의 마지막 청사진은 짱깨산
코로나19의 막타로 인해 깔끔하게 나락으로 가버렸으며
현재는 청주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의 철저한
무관심만이 남아있다
처음엔 복원이였다가 이후엔 재현으로 바뀌고
결과적으로 창작이 되어버린 비운의 궁궐..
그렇게 초정행궁은 청주시의 핵심 관광지 확보라는 허망과
세종대왕의 궁궐 복원이라는 허상을
끌어안은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 끗 -
NationalTaxServ…
왔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