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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는 그냥 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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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예나 피디가 말하는 펭수
교육방송 소속 남극 출신 캐릭터
자유분방·욕망 충실한 모습 인기

선배 번개맨·뚝딱이와도 상부상조
누구도 못한 ‘방송 대통합’ 이뤄내
지상파·케이블 출연 요청 쇄도

보통은 성우가 목소리 더빙하는 것과 달리
펭수는 탈 속 인물이 목소리 연기까지 직접해

연습생 신분이라 큰 수익 없지만
이미 스타 펭수 선택이 궁금
이 피디 “펭수 이직? 믿어요 펭수!”


 “펭수는 펭수예요!”

<교육방송>(EBS) 사람들에게 ‘펭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펭수 안에 있는 배우가 누구냐”고 구체적으로 다시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펭수는 사람이 탈을 쓴 게 아니에요. 펭수는 펭수예요. 펭귄 펭수!”

<교육방송>에서 일하는 모두가 집단 최면에 걸린 것 같다. 최면에 걸린 건 그들만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펭수의 실체를 궁금해하는 글에는 으레 “펭수는 펭귄이다” “펭수를 파헤치려 들지 말라”며 시청자들이 나서서 답글을 단다. 그런데도 궁금해하는 이들에겐 펭수의 유행어를 인용해 일침을 가한다. “눈치 챙겨!”

한 방송사의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온 마음을 모은 경우가 있을까. 펭수의 정체를 아는 기자들도 쓰지 않게 만드는 마력. 펭수는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자이언트 펭티브이(TV)>(금 저녁 8시30분)에 나와 당돌한 말투와 쇼맨십으로 인기를 얻은 새 캐릭터다. 그동안 <교육방송>이 선보인 반듯한 캐릭터와 다른 게 신선해서인지 이례적으로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유명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펭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바꿔놓은 것도 많다. 이슬예나 피디에게 물었다.

펭수는 ‘자칭’ 남극에서 스타가 되려고 한국에 온 10살 아이다. “우주대스타가 되겠다”는 그를 이슬예나 피디는 지난해 가을 새로운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티에프팀(TFT)에서 찾아냈다. “다양한 기획안을 냈는데 이것(펭수)이 선택됐어요.” 2월 중순부터 준비해서 한 달여 만에 펭수가 탄생했고, 방송은 유튜브와 티브이에서 4월2일 시작했다. 그렇다면 펭수는 2019년 3월생인가 했더니 이 피디는 “펭수는 10살”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어쨌든 펭귄은 “엉뚱한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움직임도 귀엽게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딱 떠올랐다”고 하고, 펭수라는 이름도 “그냥 딱 떠올랐다”고 한다. “펭수는 펭수니까요!”

어른들이 더 좋아하지만 펭수는 원래는 초등생을 타깃으로 만들었다. 유튜브로 떠난 초등생을 잡겠다는 의지였다. “유아를 위한 콘텐츠는 많은데 초등학생을 위한 티브이 콘텐츠는 별로 없다. <교육방송>을 열심히 보던 아이들도 초등학생만 되면 졸업했다고 한다. 그들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 피디) 그래서 펭수를 요즘 초등생 눈높이에 맞춰 자유분방하고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최승호(문화방송 사장)가 누구냐”는 등 아슬아슬한 발언을 쏟아내지만, 캐릭터 최초로 자아도 갖게 됐다. 이 피디는 “전체적인 성격의 특성은 공유하지만 디테일은 펭수가 직접 말한다. 마음껏 말하게 한 뒤 편집으로 해결한다. 완성형 캐릭터가 아니고 성장하는 캐릭터이기에 틀에 가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명·중’ 사장 이름 언급도 펭수의 돌발 발언이다. “사장님도 처음엔 ‘적당히 써먹으십시오’라고 했는데 지금은 좋아하시는 것도 같고(웃음). 그만하라고 하지는 않으신다.”(이 피디)

발칙한 후배의 등장은 <교육방송>을 이끌어온 선배들에게도 사건이었다. 펭수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이비에스 아이돌 육상대회>(9월)를 함께 촬영한 번개맨은 “촬영 중간에 담당 피디를 오라 가라 하며 혼내는 장면을 보며 새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키도 2m10㎝로 <교육방송> 전 직원 중에서 가장 커요.” 자신들의 인기를 위협하는 펭수의 등장에 선배들이 텃세를 부리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펭수를 많이 도와준다. ‘대선배’ 뚝딱이는 펭수 방송에 출연해 함께 노래를 불렀고, 번개맨은 펭수가 복을 나눠주는 복 카드에 번개 파워를 쏘아주며 에너지를 모아주기도 했다.

선배들이 되레 도움을 받기도 한다. 펭수는 선배 캐릭터들이 다시 주목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뚝딱이(1994년), 뿡뿡이(2000년), 짜잔형(2000년 3월), 번개맨(2000년 8월), 뽀로로(2003년), 당당맨과 먹니(2012년). 시청자들은 펭수와 함께 나온 이들을 보며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캐릭터에 다시 눈을 돌린다. 펭수에게 “겸상 못 하는 한참 후배”라고 하고 짜잔형에게 “1대 짜잔이(2000년 입사)는 나만 보면 90도로 인사했다”고 말하는 뚝딱이를 보며, 어렸을 때는 몰랐던 ‘꼰대 감성’을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한다. 의외로 파란색에 집착하는 ‘번개맨’을 발견하기도 한다.

늘 착한 이야기만 하고 같은 모습만 선보이던 그들의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나면서 펭수 때문에 번개맨에 ‘입덕했다’(팬이 됐다)는 이들도 있다. 번개맨은 “펭수 유튜브가 인기를 얻으면서 유튜브의 중요성을 깨달아서인지, <교육방송>에서 번개맨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줬다”고 펭수에게 고마워했다. “그동안은 어린이 친구들만 생각했는데, 번개맨을 보며 자란 20,30대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펭수를 보며 알게 됐다”고 말했다. 펭수 덕분에 번개맨도 공개홀을 벗어나 대구 거리에서 게릴라 데이트를 하고 이태원에서 젊은이들도 만난다.

펭수는 <교육방송> 캐릭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동안 <교육방송> 캐릭터들은 대부분 탈 속 인물이 연기만 하고 대사는 성우가 더빙을 했던 것과 달리, 펭수는 탈을 쓴 인물이 대사도 직접 한다.


펭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 <정글의 법칙>(에스비에스) 등에 출연하며 지금껏 누구도 못한 ‘방송 대통합’을 이뤄내기도 했다. 펭수는 특정 방송사 캐릭터가 타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변’을 낳았다. 펭수의 유튜브 댓글에는 한 번만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지금도 쏟아진다. <티브이엔 드라마>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채널·방송국 간의 균등한 화합을 위해 티브이엔 드라마에도 한번 불시착 부탁드린다. 펭수님”이라며 섭외에 나섰다. <교육방송> 홍보팀은 “인터뷰 요청도 쇄도해 캐릭터 최초로 기자회견을 열 상황”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바쁜데 펭수는 수익 배분은 제대로 받고 있을까. 아쉽게도 연습생 신분인 펭수는 출연료 외에 별다른 수익은 없다. 펭수가 인기를 끈 지 얼마 되지 않아 유튜브 수익과 협찬 콘텐츠 수익이 전부다. 이 피디는 “벌 수 있는 가능성은 보이는데,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며 웃었다. 연습생 기간이 끝나면 펭수도 정식 계약을 맺어야 한다. 벌써부터 ‘우주대스타’가 된 것 같은 펭수가 타 방송사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이 피디는 “정식 매니지먼트사에 조언을 받을까” 하고 고민하면서도 “펭수를 믿는다”며 웃었다. “펭수는 펭수니까요!”

1 Comments
레드후뢰시 2019.11.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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