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자주 필름이 끊기는 50살 남성의 뇌 상태

경북 안동에 사는 50살 엄상호는 친구 사이에서 소문난 '주당'이다.

일주일에 보통 서너 차례, 소주 3병 이상을 마시는 음주 습관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젊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술도 더 일찍 취하고,

과음하면 기억이 사라지는 '블랙 아웃'이자 '필름 끊김 현상'에 자주 시달리는 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술꾼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 세 병, 맥주 다섯 병으로 술자리를 시작한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는 이른바 '소맥'이 그와 술친구들의 음주 방식이다.

인생 별거 있나, 이 맛에 사는 거지! ㅋ

마음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소맥을 들이켜며 취해가는 이 순간이라면

빌 게이츠나 이재용도 안 부러워! ㅋ

술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또 다른 소맥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5분 남짓한 시간에 소맥 석 잔을 마시면서 '중년의 불타는 밤'이 무르익어 간다.

푸짐한 안주도 거의 입에 대지 않은 채 오로지 소맥만 고집하며

연신 들이붓기 바쁜 게 그의 음주 습관이다.

그래서 안주까지 즐기는 다른 술꾼에 비해 조금 빨리 취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3시간 정도 지나자 TV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듯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 친구 이러다 내일 촬영 스태프를 어떻게 보려고 그러냐? ㅋ

TV 촬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 화면 앞에 선 50살 엄상호

그는 어제 친구들과 헤어져서 집에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던지 술자리 끝날 무렵 적잖은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술 취하면 취재고 나발이고 신경 쓸 겨를도 없는 모양이다. ㅋ

몇 년 전 다른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술의 해악을 다루려고

회식을 즐기는 직장인을 조명하다가

3차 술자리에서 그만 몇몇 사람이 언성을 높이더니 급기야 치고받으며 싸우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그때 곧바로 편집한 다음 장면으로 건너뛰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긴 했지만

그날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 어떤 난동을 부렸는지 정말 궁금했다. ㅋ

이렇듯 잦은 '블랙 아웃'('필름 끊김 현상')에 시달리는

그의 뇌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는 담당 의사가 불러주는 단어를 6개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난 안 취해도 몇 개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럼 늘 술 취한 상태란 소린가? ㅋ

그는 지금 전반적으로 뇌가 크게 위축한 상태이며 뇌 안에 빈 공간인 '뇌실'이 매우 커져 있다.

뇌세포가 쪼그라들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알코올성 치매 전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담당 의사의 진단이다.

담당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깊은 그늘이 드리운 50살 엄상호

다행히 뇌세포 집단 파괴 상태는 아니어서

술만 끊는다면 충분히 원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담당 의사.

그 말에 엄상호는 술을 좀 줄이면 안 될까 싶은 바람을 슬쩍 드리웠지만

의사는 단호하게 일축하면서 단주를 못 박았다.

금주가 아니면 절대 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랫동안 술을 마셔왔고, 몇 년 전부터 잦은 기억 상실 상태에 이르러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의 뇌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다는 50살 엄상호는

이번 기회에 술을 완전히 끊겠다며 호기롭게 선언했다.

부디 그가 그런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

더 이상 알코올성 치매에 위협받지 않으면서 중년을 보내고 난 뒤

건강한 상태로 노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