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범죄로 만든 이탈리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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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5:09
50여년 전의 세계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특히 여성의 인권이라는 면에서 21세기의 현대와 20세기 중반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나 할까
유럽에서도 이탈리아는 마피아와 카톨릭의 영향으로 가부장적인 가족 위주의 사회로 알려져있지만 1960년대에는 아직 '강간 후 결혼은 무죄'라는 공식이 성립했었다.
프랑카 비올라.
이태리 남부의 마피아들의 소굴인 시칠리 섬 출신의 그녀는 강간을 당한 후 강간범과 결혼하는 대신 강간범을 고소한 최초의 이탈리아 여성으로 기록된다
경찰 조사 시의 프랑카
빈한한 가정 탓에 초등교육만을 마치고 가사를 돌보던 프랑카 비올라는 1963년, 15세의 나이에 같은 시칠리 섬 출신 23세 필리포 멜로디와 약혼한다
같은 해 마피아 단원인 멜로디는 범죄에 연루되어 서독으로 도주하고 프랑카의 아버지는 멜로디와의 파혼을 선언한다
하지만 2년 후 고향으로 돌아온 멜로디는 경찰에 자수, 짧은 형기를 마치고 프랑카의 부모에게 딸과의 결혼을 요구한다
하지만 프랑카도, 그녀의 부모도 마피아 단원인 멜로디와의 결혼을 거부하였고 멜로디는 프랑카의 아버지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바로 이걸로 네 머리에 바람 구멍을 낼거야'라고 위협한다
1965년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아침, 멜로디와 그 일당 10명은 프랑카의 집에 침입하여 프랑카와 그녀의 8살 남동생을 납치한다
하루 후 남동생인 마리아노는 풀어주었으나 그 후 8일간 시칠리의 알카모 인근 멜로디의 누나집에 프랑카를 억류하며 멜로디는 여러 번 강간한다
당시 이태리의 형법으로는 만일 강간당한 여성이 자신을 강간한 남성과 결혼하면 강간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즉, 아무일도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강간 당한 여성이 결혼에 응하지 않으면 그녀는 정조를 잃은 채 수치스러운 여성(donna svergognata)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랑카 사건의 재판에 몰린 인파
하지만 프랑카 비올라는 납치에서 풀려난 다음 날, 멜로디와 그 일당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시칠리 경찰에 납치, 강간혐의로 그들을 고발한다
당시 이탈리아와 특히 시칠리에서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 이후 프랑카와 그 가족은 지속적인 협박과 욕설, 모욕등에 시달렸고 심지어는 그들의 집과 창고에는 방화에 의한 화재까지 발생한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 전국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이탈리아 의회에서 관련 법령의 개정까지 이루어진다
재판정에서의 필리포 멜로디 (창살 안의 인물)
1966년 이 사건의 주범인 필리포 멜로디는 10년형을 선고받았고 2년간 시칠리 접근 금지를 명령받았다
1978년 고향 시칠리로 돌아온 멜로디는 마피아 간의 다툼 끝에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다
이런 일을 당한 후 시칠리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 이었지만 프랑카 비올라는 사건 3년 후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고 현재도 시칠리에 거주 중이다
훈장을 받는 프랑카
사건 후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살던 프랑카는 인권 향상의 공을 인정받아 2014년 이탈리아 공화국 3급 훈장을 받았다
1970년 다미아노 다미아니 감독이 연출한 '가장 아름다운 여성 La Moglie piu bella'는 프랑카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ps 시간이 지날 수록 인간의 삶은 향상되지만 여자의 삶의 향상 속도는 더욱 더 빠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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