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님, 참 실망스럽습니다!” 박진성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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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28. 오전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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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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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날 성범죄자 몰고 정정보도 없어… 사건 이후 건강 잃고 경제활동도 끊겨” 호소
박진성 시인. 본인 제공


“손석희님, 전 무고합니다. 잘못 보도했으면서 왜 정정하지 않나요. ”

박진성(41) 시인이 JTBC 손석희 대표이사 겸 앵커를 향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 시인은 27일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JTBC와 손 대표이사가 자신을 성범죄자로 몰아놓고도 정정보도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시인은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이후 건강을 크게 잃었으며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이 끊긴 상태라고 호소했다.

박 시인은 우선 지난 25일 트위터에 ‘손석희 앵커님께’라는 시를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실과 주장은 다르다’는 말로 폭행 의혹을 일축한 손 대표이사의 대응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 시인은 해당 시에서 “의혹만으로 진술만으로 그리고 눈물만으로 여러 인생 파탄 내놓고 그간 안녕하셨습니다”라면서 “의혹도 있고 진술도 있고 녹취록도 있는데 법으로 하자니, 맞고소를 하셨다니.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계시네요. 그거 참 힘든 일이지요?”라고 썼다.

박 시인과 손 대표이사 및 JTBC와의 갈등은 2016년 10월 시작됐다.

박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하던 탁수정씨가 2016년 10월 2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저를 지목하며 ‘여성 습작생들 착취해서 쓴 시를 어떻게 감히 세상에 내놓는지’라고 성토하는 인터뷰를 했고 그로 인해 저는 확정적으로 성범죄자가 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전 성폭력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저를 고소했던 여성에 대한 무고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가 인정되었으며 저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들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무고함을 밝혀냈음에도 JTBC는 어떠한 후속보도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JTBC의 미투 운동 관련 보도를 ‘아니면 말고’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손 대표이사의 말대로 ‘사실과 주장이 다르다면’, 주장에 반대되는 사실이 나왔다면 그것을 보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JTBC는 2018년 2월 탁수정을 뉴스룸에 초대해 마치 미투 운동의 잔다르크처럼 보도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손 대표이사와 JTBC 뉴스룸 제작인에게 무척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아울러 탁수정씨에 대해 “저 말고도 이 모 시인을 성폭행범으로 몰았다가 2017년 민형사상 처벌을 받은 인물”이라면서 “탁씨는 2016년 10월과 11월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무차별적으로 트위터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많은 남성 시인들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박진성 트위터 캡처


박 시인은 성폭력 무고 사건을 겪으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이 끊겼다고 했다.

그는 “문학과지성사는 2014년 출간된 제 시집 ‘식물의 밤’을 출고정지한 뒤 이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고 2015년 새 시집 출간 계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서 “성폭력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문예지 작품 발표 등 시인으로서 생명이 거의 끝났다”고 털어놓았다.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한다. 박 시인은 공황장애 및 우울증 판정을 받은 진단서를 보내왔다. 지난해 10월 31일 발부된 의사의 소견에는 ‘공황발작, 충동성, 우울, 비관, 자해충동으로 치료중임. 대인관계 어려움과 대면(對面)불안, 대중 앞에서 공황발작이 올 것 같은 불안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함’이라고 적혀 있다.

박 시인은 또 자신에 대한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받아냈다고 알렸다. 2017년 1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7월 1심서 승소했다. 이후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이어지다 2018년 12월 19일 조정이 성립됐다.

박 시인은 “이틀 뒤인 30일 4개 기사에 대한 A4 2장 분량의 정정보도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승소는 했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23개월 동안 언론사 등을 상대하는 소송에 변호사 비용으로 1억원 가까이 썼다고 한다.

박 시인은 “지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라면서 “남녀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고 이대로 방치하기엔 그 폐단과 해악이 너무나 크다. 이를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터뷰는 27일 전화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인터뷰 전문>

JTBC 뉴스룸 캡처


-최근 손석희 대표이사에 대한 트위터를 올려 화제를 모았습니다. 왜 그런 글을 쓰셨는지요.

손석희 대표이사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손석희 대표이사의 대응을 보고 실망을 해서 그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시라고 사람들이 말을 하는데 시의 형식을 빌린 편지라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손석희 대표이사는 JTBC 뉴스룸에서 “사실과 주장은 다르다”는 말로 자신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저에게 벌어졌던 일련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2016년 10월, 저는 소위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당시 성폭력 의혹의 가해자로 지목되었는데 이 당시 탁수정이 JTBC와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탁수정은 2016년 10월 2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저를 지목하며 “여성 습작생들 착취해서 쓴 시를 어떻게 감히 세상에 내놓는지”라고 성토하는 인터뷰를 했었고 이러한 인터뷰로 인해 저는 거의 확정적으로 ‘성범죄자’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성폭력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2017.9.) 저를 고소했던 여성에 대한 무고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가 인정되었고(2017.10.) 저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2018.7.)를 하여 무고하다는 것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JTBC는 어떠한 후속보도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손석희 대표이사의 말대로 “사실과 주장이 다르다면”, 주장에 반대되는 ‘사실’이 나왔다면 그것을 보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사이 JTBC는 2018년 2월, ‘미투 운동’에 대해 연속 보도를 하면서 저 탁수정을 뉴스룸에 초대하여 마치 ‘미투 운동의 잔다르크’처럼 보도했습니다. 저는 해당 방송을 보면서 경악했었는데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게스트를 섭외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석희 대표이사 그리고 JTBC 뉴스룸 제작진에게 무척 실망을 했었습니다. (해당 뉴스룸에 초대되었던 탁수정은 저 말고도 이 모 시인을 성폭행범으로 몰았다가 민형사상 처벌을 2017년에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10월과 11월 당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무차별적으로 트위터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많은 남성 시인들을 또한 성범죄자로 낙인찍었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JTBC 뉴스룸은 2018년 2월 당시 ‘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언론입니다. 저는 미투 운동의 본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미투 운동의 부작용(무고 및 억울한 사례 등) 또한 우려하는 입장입니다. 의혹을 앞장서서 보도했던 언론이 그 ‘이후’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엔 JTBC는 그러하지 않았고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정작 손석희 대표이사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 방송을 통해 해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실망했습니다. 언론인이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 손석희 대표이사의 엄청난 팬이었습니다. 그래서 실망감이 더 컸었나 봅니다. JTBC의 보도 행태는 ‘미투 운동’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일단 의혹을 터트려놓고, ‘아니면 말고’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사실 ‘의혹 보도’만으로 많은 경우, 당사자는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다 정작 손석희 대표이사 본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법으로 하겠다” 라니, 다소 이중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이러한 느낌을 시의 형식을 빌어서 쓴 글이 그 글입니다. 우스갯소리지만,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는 JTBC 보도대로라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그 김웅 기자의 목소리도 증거 아니겠습니까.

-글을 쓴 이후 손 대표이사 측으로부터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탁수정씨가 박진성 시인을 성범죄자로 여기고 올렸다는 트위터 글. 박진성 시인 제공


어떠한 반응도 없었습니다. 사실 별로 기대하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시인님은 성폭력 무고 사건의 피해자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출판 상황, 개인적 상황 등)

2016년 10월, 저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는데, 경제 활동이 모두 끊겼습니다. 무척 힘든 상황입니다. 당시 2014년에 출간되었던 저의 시집 『식물의 밤』을 ‘출고 정지’ 시켰던 문학과지성사는 추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고 또한 출고 정지 처분 역시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학과지성사와는 2015년 9월에 또 다른 시집에 대한 출간 계약을 했었는데 그 계약도 일방적으로 파기되었습니다. 성폭력 의혹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문예지 작품 발표 등 시인으로서의 생명이 거의 끝났습니다. 어떠한 문예지에서도 저의 작품을 게재하려고 하질 않고 어떠한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도 저에게 출간 제의를 하지 않습니다. 2018년에 시집 1권과 산문집 2권을 냈는데 모두 영세한 출판사(비 문학전문 출판사)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건강이 무척 악화되었는데 사실 무척 막막한 상태입니다. 제가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저를 무고했던 여성이 처벌을 받아도, 저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승소를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성폭력 무고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무고죄를 저지른 여성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해당 여성 외에 해당 기사를 썼던 언론사 등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고 계신가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저에 대한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최종 승소했습니다. 2017년 1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정정보도 이행과 손해배상 금액으로 5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하여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다가 2018년 12월 19일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2019년 1월 30일 대대적인 정정보도가 나올 예정입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승소한 셈이지요. 4개 기사에 대한 A4, 2장 분량의 정정보도가 나올 예정입니다. 23개월 동안 소송을 했습니다. 저에 대한 거짓 폭로를 했던 여성과 언론사 상대, 그리고 악플러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 변호사 비용으로 1억 가까이 썼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무척 지친 상황입니다.

-요즘 대한민국은 남혐여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돼야 할까요.

일베도 그렇고 워마드를 위시한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고 그렇고 그 해악이 이미 한계 상황을 넘은 느낌입니다. 법적 장치 그리고 제도화 된 장치를 통해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갈등, 그리고 젠더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치루고 있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이미 그 폐단과 해악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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